정치력은 한마디로 연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한다. 그 때문에 이제 20여년의 역사에 불과한 게임업계의 정치력은 타 산업과 비교한다면 어린애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게임계는 그동안 정치적인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정치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게임산업협회장이 국정감사장에 끌려 나가 수치스러울 정도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른 산업계 대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이 그렇게 얕잡아봤기 때문에 이런 일은 당연한 것처럼 넘어갔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기 위해 게임업계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협회장의 자리를 정치인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산업협회장직을 꿰찼다. 이에앞서 한국e스포츠협회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의원을 협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게임계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양대 기관의 정치인 협회장 시대를 열게 됐다.

남 회장과 전 회장은 그동안 게임계를 위해 나름 열심히 일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결국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한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다. 책임을 진다해도 언젠가는 업계를 떠날 사람들인 것이다. 결국 외부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오는 6월4일 실시되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남 회장은 새누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게임업계의 입장에서는 환영해야 할 일이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생긴 것이다.

여당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남 회장이 게임산업협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든든한 일일 수도 있지만 결국 머지않아 떠날 정치인에게 산업계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산업계의 정치 역량은 이렇게 협회장에 정치인을 영입하는 것 보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더 많은 정치인들에게 알리고 경청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인들이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손인춘 의원이나 신의진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규제법률의 내용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협회장을 맡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정치인들 모두가, 그리고 그들의 유권자인 국민들 대다수가 인정하고 지원해줄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게임계 스스로 힘을 키우는 수 밖에 없다. 선거공약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그러한 공약이 마음에 든다며 한 표를 더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게임계의 정치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경기도와 부산시의 경우 게임산업과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도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주요 게임업체들이 대부분 입주해 있다. 또 부산에서는 매년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게임산업을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공약을 믿고 표를 주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기 위해 게임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협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남 회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오히려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다. e스포츠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 협회장이 오히려 갈길 바쁜 사람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들 때문에 오히려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비정치인을 협회장으로 뽑아야 한다. 해서 오히려 그들을 향해 더 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산업계에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