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매번 되풀이되는 말 중 ‘빅3’라는 것이 있다. 그 해의 가장 주목 받는 3개의 기대작 타이틀을 일컬음이다. 대작의 기준은 보통 오랜 기간에 걸쳐 막대하게 투자한 개발비가 최우선이 되며, 개발사의 명성과 유명한 타이틀의 후속작 여부 등 외부적인 요소, 그리고 개발비에 걸맞은 방대한 콘텐츠 양도 대작 판단 여부의 근거가 된다.

대작이라는 타이틀과는 별도로,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이 간혹 있다. 명작들 중에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것들도 있으나, 잘 알려지지 못하고 일부 유저들에게만 길이 칭송을 받게 되는 것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업체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신의 게임이 대작이나 명작이란 말을 듣는 것보다 성공작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철저히 상업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보다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를 하고 그를 통해 보다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에 회사 운영 측면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결과라 하겠다.

결국 대작 여부는 소요 자금과 콘텐츠의 스케일이 관건이고, 명작 여부는 콘텐츠의 차별화와 완성도, 작품성이 우선시되며 성공작 여부는 인지도와 수익성이라 압축시킬 수도 있을 듯하다.

문득 돌이켜 보았다. 대작 중에서 명작이란 말을 들을만한 게임이 무엇이 있었을까? 혹은 명작 중에서 성공작이란 말을 들은 게임은 또 무엇일까? 성공작 중 대작이라 불릴만한 것이 얼마나 될까?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게임은 과연 존재할까?

사람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겠으나, 내 경우 온라인게임 중 세 가지에 다 해당되는 경우로는 미국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외에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의 게임들 중 대작이면서도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소수 있으나, 명작이란 칭호까지는 아직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제 론칭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첫걸음을 뗀 거물급 게임들이 다수 있다. 최근 공개 서비스와 비공개 테스트를 각각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카루스’와 ‘검은사막’, 그리고 후발주자로 평가되고 있는 ‘블레스’ 등이 대작이자 기대작으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 중에서 과연 성공작은 무엇이 될까? 또한 명작이란 칭호를 받는 게임은 몇 개가 될까?

사람들이 대작에 기대하는 바는, 단순히 그 게임이 재미있기만을 바라서일 수도 있겠으나 천편일률적인 현 게임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그리고 긍정적인 바람을 몰고 와 안목을 넓혀줄 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대작이면서도 명작으로 일컬어질 만한 가치를 지닌 그 무언가가 허전한 가슴을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그 기대는 대부분 실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를 접어선 안 되는 이유는, 그러한 기대가 있어야만 비로소 게임 회사들도, 게임 개발자들도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나씩 공개될 대작들이 단순한 대작을 넘어, 성공작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작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행여 올해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이름을 건 게임 중에서 전 세계적인 성공작으로서 언급될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정주 객원논설위원/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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