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사회 문화계에 미칠 영향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판결이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자율성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합법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는데 헌재의 결론은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는 더 나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표명했다.

헌재의 진용이 보수적 색채가 짙은 인사로 짜여져 있다는 것을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최근 헌재의 판결을 들여다 보면 진보 진영측에서는 결코 달가워 할 수 없는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대의 흐름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국민의, 법에 대한 정서를 반영한다는 헌재의 판결은 여전히 게걸음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를 간파한 때문인지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를 제출한 게임관계자들은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듯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너무 우측으로 쏠리거나 반대로 좌측으로 기우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래서 중심 을 잡는다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배의 평형을 잡도록 하는 것도 배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한쪽으로 기울이지만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배가 좌초하지 않고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의 법의 정서를 저울질 할 때나 내다볼 때 그 중심의 조타는 한쪽으로 크게 치우침이 없이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헌재의 이번 셧다운제 합헌 결정은 한쪽으로 기울인 판결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측면의 연장선상에서 게임계의 중심은 어디쯤에 있었는지를 이 기회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계는 그동안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내 왔으니 과열이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행과 청소년의 폭력, 게임중독 등을 우려하며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더욱이 사회 일각에서는 게임을 아예 일정지역에 가둬두고 다뤄야 하는 요물이라는 목소리를 냈고 일부 선량은 게임을 마약과 알콜에 비유하며 사회 안전망 차원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한쪽으로 쏠려있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계는 강공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았다. 게임의 순수성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 이른바 돈이 된다는 아이템 판매 등 부분 유료화는 끊임없이 지속됐다.
한국 게임시장에서 첫 등장한 부분 유료화는 오늘날 온라인게임 시장을 있게 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란 평과 함께 게임에 사행을 입힌 아주 저급한 상술의 모델이란 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돈을 벌 게 해 주지만 게임의 밸런스와 게임의 순수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부분 유료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게임에 대한 사행과 중독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 때부터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한쪽으로 쏠려버린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일부 뜻있는 게임계 인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사장,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 김기영 한빛소프트 사장, 권이형 엠게임 대표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게임계의 기업공개(IPO) 바람은 금융과 증권시장 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서자 팔불출의 모습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끝내는 유저와 문화와 산업에 신경 쓰기보다는 돈 버는 기계가 돼 버린 건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셧다운제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 때문이지 일부에서는 너무 한쪽으로 쏠린 판결이라는 비난을 서슴치 않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은 헌재가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이다.

하지만 제도권의 게임계에 대한 지적과 견해는 더 가혹하다. 이를테면 게임계가 청소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젠 게임이란 놀이에서 청소년들이 조금 비켜 서 있도록 게임계가 스스로 자정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게임계를 밀어 붙이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제도권과 게임계가 헌재 판결을 계기로 상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즉, 제도권에서는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바꾸고, 게임계는 오로지 돈만 벌겠다는 성장 지상주의에서 내려와야 할 때라는 점이다.

그 것이 서로에게 평형을 유지해 주고 새롭게 성장하는 게임계의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셧다운제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그런 측면에서 소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닌 셈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