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용산 e스타디움에서 다소 무거운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있었던 ‘롤챔스’ 16강 예선과 관련한 경기 조작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는 경기 조작 논란이 됐던 SK텔레콤 T1 S와 K 선수들의 음성채팅 기록이 공개됐다. 특히 음성으로 들리는 선수들의 목소리에는 매 경기 순간마다 서로를 격려하고 경기를 전개해 나갔고, 실수가 나왔을 때는 같이 안타까워하는 등 그 어떠한 조작에 대한 가능성이 없는 듯 했다.

다른 일반 스포츠 종목에서도 조작 관련 의혹은 팬들을 통해 제기된 적은 있다. 프로야구의 과거 시즌에서 부진한 모 구단의 경우 감독과 선수를 반 강제로 경기장에 포위한 채 강제 청문회를 전개했던 전례가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웃지 모할 사태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팀의 전략과 전술 등이 그대로 노출될 정도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롤챔스’ 운영 관계자들도 이번 음성채팅 기록 공개와 관련해 “굳이 이렇게까지 공개를 해야 하나”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를 보여줘도 ‘조작된 것이다’라는 주장을 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논란의 중심지였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몇몇 팬들은 꾸준히 경기 조작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협회의 고소‧고발 등을 피하기 위해 ‘애초부터 실력이 좋지 않았다’는 논지의 주장을 하며 내용을 번복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팬들은 과거 ‘스타1’ 승부조작 사건에서의 신상호 선수의 경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줬으면 한다.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로스터에 말소되었을 뿐인데 승부조작 사건 시기와 겹쳐 누명을 썼고,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선수의 아버지가 루머와 악성댓글로 쓰러지시는 등 2차, 3차 피해가 계속 됐기 때문이다.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프로게이머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고, 경기력까지 하락하고 있다. 건전한 분석과 비평은 e스포츠 발전에 필수라고 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비난과 공격은 개울가에 있는 무고한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를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성숙한 문화의식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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