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홍진호 등 스타들이 주도
작년 결승 1200명 몰려 ‘대성황’··· 온게임넷 통해 4주간 열전 돌입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게임전문채널 온게임넷과 손잡고 ‘블레이드&소울’ 첫 방송대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해 관심을 끌고 있다. 네네치킨이 후원하는 ‘블레이드&소울’ 방송경기는 ‘비무제:임진록’이란 제목으로 매주 토요일 2시부터 4시까지 4주간 방송된다.

‘비무제:임진록’에 대한 유저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블소TV', 곰TV 등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흥행성을 검증받은 데다 e스포츠의 아이콘 홍진호와 임요환이 등장하기 때문. ’블레이드&소울‘을 즐겨본 적 없는 e스포츠 팬들조차 두 사람이 등장해 대결을 펼친다는 것 만으로 이미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비무제:임진록’은 당초 19일부터 첫 방송경기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엔씨소프트는 세월호여객선 참사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변경된 일정은 추후 공지된다.

‘비무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특히 지난해 4회차 ‘비무제’는 12월 ‘무왕 결정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당시 경기들은 ‘블소TV’와 그레텍 ‘곰TV’ 등을 통해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됐다. 2013년 ‘블레이드&소울’ PVP 최강자를 가린 ‘무왕결정전’ 결승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녹화방송으로 진행됐다.

‘무왕 결정전’은 ‘블소’를 즐기는 유저 28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직접 출전 유저와 문파를 응원했다. 결승전에는 최대 1200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현장에는 예고도 없이 깜짝 방문한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부사장이 직접 시상식을 거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함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들어 낸 적은 국내 최대 게임행사 ‘지스타’를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대표가 이 대회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 네네치킨 든든한 후원
엔씨소프트는 최근 ‘네네치킨배 블레이드&소울 비무제:임진록’ 1주차 대회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네네치킨이 후원하고 온게임넷이 방송하는 대회는 총 4주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 e스포츠 인기 종목을 누렸던 많은 게임이 방송 초기 후원을 하지 못한 것에 비교 했을때 출발이 좋아 보인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비무제:임진록’의 경기시간은 황금시간대에 속하는 토요일 오후 2시다. 과거 e스포츠를 부흥시켰던 ‘스타크래프트’의 대회가 독차지했던 시간대다. 현재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스타크래프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이 주목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대기도 하다.

이번 대회는 e스포츠형식이 아닌 이벤트 형식을 빌려 진행된다. 첫 방송이 열리는 날에는 A조 4인의 토너먼트 경기를 치러 결승전에 오를 두 명을 가린다. 유저 경기 뒤에는 특별 초청된 e스포츠 아이콘 임요환의 이벤트 매치가 진행된다. 임요환의 영원한 라이벌 홍진호 역시 이날 대회장에서 해설을 담당한다.

B조 경기가 치러지는 두 번째 날도 방식은 A조와 같이 진행된다. 단 임요환이 진행했던 이벤트 매치를 홍진호가 대신하고, 해설을 임요환이 하는 점이 다르다.

실질적인 ‘비무제:임진록’ 결승전은 3주차에 진행된다. 이날은 A조와 B조 1,2위를 차지한 유저가 모여 4인 토너먼트 매치를 진행해 최종 승자를 가리며 이벤트 매치는 진행되지 않는다.

‘비무제:임진록’의 대미를 장식하는 4주차는 ‘임진록 데이’로 꾸며져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 유저 4인과 임요환, 홍진호가 각각 팀을 꾸려 경기를 진행한다.

경기의 승패가 예능이 될지 진지한 승부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e스포츠 프로게이머 1세대로서 일반 유저보다 월등한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팀의 발목을 잡을지 궁금하다는 점이 유저의 흥미를 키우고 있다. 흥행 보증수표 두 사람의 예능감이 빛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 ‘블소’서 전설의 ‘임진록’ 재현
엔씨소프트는 경기장을 찾는 현장 관램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먼저 인기 코스튬플레이팀 ‘스파이럴캣츠’가 ‘블레이드&소울’ 캐릭터로 변신해 대회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게임 속 캐릭터를 완벽히 재현하기로 유명한 ‘스파이럴캣츠’는 경기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 관람객에게는 선착순 1000명에게 아이템쿠폰을, 우승자 맞추기 이벤트를 통해 아이패드, 모니터, 디지털카메라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근 연예가에 블루칩으로 떠오른 홍진호는 e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명이다. 현역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당시 ‘콩’, ‘폭풍저그’ 등의 수식어가 그를 따라붙었지만 이제는 ‘2인자’의 아이콘이 된 그다. “우승한 게이머가 모두 홍진호를 결승에서 만난 건 아니다. 그러나, 홍진호를 결승에서 만난 게이머는 모두 예외없이 우승했다는 걸 명심해”라는 문장으로 대표될 만큼 우승과는 연이 없는 경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나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현재 ‘2인자’라는 수식어는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될 만큼 그를 잘 설명해 주는 단어기도 하다.

홍진호의 천적이자 ‘황제’로 불린 임요환 역시 e스포츠 초창기 그의 이름 석자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만큼 전설적 인물이다. 특히, 지금의 e스포츠 인기와 흥행은 모두 그가 치룬 경기에서 증명됐다 할 만큼 e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e스포츠를 대표하는 두 명의 선수는 기묘한 인연으로 얽혀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삼연벙’(삼 연속 벙커링)을 비롯해 홍진호의 경력을 설명하는데 임요환을 빼놓으면 할 말이 없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치열했던 경기 만큼 임요환과 홍진호는 많은 부분에서 얽히면서 영원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있다.

‘네네치킨배 블레이드&소울 비무제’의 부제 ‘임진록’도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임요환과 홍진호의 이름 글자를 딴 용어다. e스포츠 시장에서 ‘임진록’은 치열한 경기,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며 그 이름만으로도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로 통한다.

홍진호가 방송가의 주목을 받게된 tvN ‘더지니어스:게임의법칙’에서도 이 구도를 살려 시즌2에서 임요환의 출연이 확정됐다. ‘임진록’의 홍보효과가 방송에서도 먹힌다는 단적인 증거다.

특히 홍진호는 시즌1에서 뛰어난 감각과 승부사 기질로 우승해 ‘더지니어스’를 대표하는 출연자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천적 임요환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지니어스:게임의법칙’ 시즌2는 케이블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e스포츠 종목 중 MMORPG게임은 비인기 종목이다. e스포츠는 빠르면 10분, 늦어도 50분 안에는 결판이 나야 경기를 관람하는 방청객의 호응이 좋다. MMORPG PVP는 30초에서 1분사이에 결판이 나기도 하고, 버티기 작전을 사용하면 경기 종료시간은 예측할 수 없이 길어진다. 또, 소극적인 선수들이 만날 경우 경기의 질은 처참할 정도로 낮아진다. 게다가 MMORPG 장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해야 하고, 대인전투를 위해서는 특별한 세팅과 장비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e스포츠화 돼 유행을 탔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기던 유저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월드사이버게임즈(WCG)’ 공식 종목에 채택되는 등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결과적으로 e스포츠 장수 종목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기술과 특징을 알지 못하면 보는 재미가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 캐릭터의 외형도 e스포츠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매력이 떨어졌고, 치고받는 싸움을 이해하기 힘들어서다. 이후 e스포츠 시장에서 MMORPG 장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 했다.

# e스포츠 RPG장르 신호탄 될까
이런 상황 속에서 ‘블소 비무제’가 유저의 인기를 끌면서 e스포츠 종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MMORPG 장르로 e스포츠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여부가 ‘비무제:임진록’에 걸려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 작품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화력한 타격감을 가지고 있다. 경기를 보기만 해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e스포츠 종목의 기본과도 부합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블소’가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돼 불 붙은 e스포츠 열기에 풀무질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비무제:임진록’은 어디까지나 ‘블소’를 즐기는 유저와 팬을 위한 축제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실적이 좋다면 ‘블소’를 e스포츠 공식 종목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무제:임진록’이 지난해 고무적인 성과를 보인 것을 이유로 이번 대회가 기획됐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며 “유저와 e스포츠 팬의 성원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방침도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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