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었던가. 심야 시간대에 반영되는 드라마 ‘뿌리깊은나무’를 매우 재미있게 시청했었다. ‘오직 말로서 설득하고 이해시킬 것이다’라는 대사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첫 CBT를 진행한 네오위즈게임즈의 ‘블레스’ 테스트를 지켜보며 이 대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블레스’ CBT는 첫 날 테스트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1만명의 테스터를 모집했지만 서버는 몰려드는 유저를 모두 수용하지 못했고, 대기열을 발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잦은 튕김 현상까지 발생했다.
당연히 18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던 유저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오랜만에 등장한 블록버스터 급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서버 문제로 산산이 조각났기 때문이다.
만일 서버 접속자와 로그 데이터를 원하는 CBT라면 게임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설문을 실시해 테스트의 목적을 유저에게 충분히 밝혀야 했다. 그렇다면 서버문제로 업체와 유저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직 말과 글로써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켰어야만 했다.
이는 비단 네오위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CBT는 본래 게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밑 작업을 마치고 이를 검증하는 단계에 속한다. 아무리 내부 테스트와 전문업체의 검증을 받아도 서비스에는 항상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테스트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게임사는 CBT를 진행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이 성장하면서 유저 성향도 변했다. CBT는 이미 본래 취지를 벗어나 게임을 맛보는 시기로 유저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저들은 CBT에서 테스트에 도움을 주는 존재 보다는 예비 고객처럼 대우를 받고 있다. 홍보 효과가 커지자 업체들은 앞 다투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저 모시기에 나서며 CBT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데 부채질 했다.
물론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쌓이고 운영 노하우가 늘면서 테스트 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의견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비공개 테스트에 몇 명이 몰렸고 어떻게 진행됐다는 소재는 기자 입장으로서도 분명 흥미로운 소재 거리니 말이다.
이에 게임업계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관행처럼 사용했던 비공개 테스트, 공개 테스트라는 단어를 버리고 서버테스트인지, 콘텐츠검증테스트인지 각자의 기준을 세우라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업체가 원하는 테스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직 말로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