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화연대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의 골자는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인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셧다운제’라는 것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이에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이와 비슷한 것을 찾아보라면 아마도 과거 30여년 전에 사라진 ‘통행금지’란 제도를 떠올렸을 게 분명했다.

밤 12시만 되면 아무도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도록 한 이 제도는 남북한이라는 분단 국가가 갖는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 제도였다. 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사이렌이 울렸고 사람들은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듣는다면 참 생소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이 ‘통행금지’가 매우 절대적인 것이었다. 이를 어기면 당장 붙잡혀가서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술자리도 적어도 11시면 끝내야 했고 시간이 좀 늦어지면 일이 남아도 서둘러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 제도도 자유화, 민주화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순 없었다. 통행금지는 지난 82년 1월 5일 새벽 4시를 기해 3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통행금지의 해제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동안 군사정권의 통제와 민주주의의 제한이라는 상징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통금의 해제는 경제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유통과 물류가 자유로워졌으며 밤새워 일하고 밤새워 놀 수 있는 문화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성과 함께 창의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지난 2011년 11월에 도입된 셧다운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말았다. 비록 그 대상은 청소년으로 국한됐지만 이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성숙한 사회와 거리가 먼 국가라는 비아냥을 사는 처지가 됐다. 그것은 ‘문화 후진국’이라는 딱지가 되어 돌아 왔다.

이는 발전하는 한국에 대해 인정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과 다를 바 아니다. 많은 게임인과 문화인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청소년보호’를 명분으로한 일부 극우적 세력의 밀어 붙임에 당해내지 못했고 결국 이 제도는 지금까지 2년 넘도록 시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국민들의 생활과 경제활동 등을 억압하고 있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문화계의 이슈가 바로 셧다운제의 폐지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셧다운제가 폐지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매우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이 법을 제정했던 여성가족부도 이번에는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섣불리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열린 셧다운제 위헌보고서의 발표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때 늦었지만  이제라도 속히 부끄러운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셧다운제는 실효성보다는 그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소년를 가르침에 있어서 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더 많은 관심과 이해와 격려가 더 중요하다. 셧다운제로 그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가로막기 보다는 그들이 더 크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참에 셧다운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조속히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부 '돈질'만 하는 게임업체들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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