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좋은 장난감은 무엇일까. 동화책? 변신로봇? 스마트폰? 나는 레고라고 생각한다. 쉽게 변하지 않고, 오래 갖고 놀 수 있으며 놀 때마다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레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여러 개의 슬롯(?)이 달린 플라스틱 블록이겠지만 레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그 블록은 누군가의 집이 되고, 나를 지켜주는 성벽이 되고, 때로는 나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물론 레고도 출시될 때 하나의 형태를 제시한다. 해적선, 반지의 제왕의 탑 같은 고정된 형태를 제공하기는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제안’이며, 선택 가능한 ‘목적성’일 뿐이다. 레고는 절대 ‘이렇게만 만들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이 블록들로 이런 형태도 만들 수도 있어’ 라고 제시할 뿐이다. 누군가는 그 제시를 따르고, 누군가는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레고를 갖고 노는 것에는 절대 지장을 주지 않는다.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는 요소는 바로 이 레고 같은 자유도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제시하되 그것을 강제하지 않는 자유도 말이다. 최근 ‘마운틴 앤 블레이드’라는 게임을 해봤다. 이 게임도 레고 블록처럼 ‘대륙 통일’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던져줄 뿐 그 이후의 행동은 전적으로 유저에게 맡긴다. 차근차근 나의 세력을 키워 다른 지역을 점령할 수도 있고 다른 세력에 붙어 성장할 수도 있다. 세력을 키우지 않고 떠돌아다녀도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는 것이다. 방향이 마땅치 않다면 최초에 제시했던 대륙 통일을 위해 움직이면 된다.

우리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미친 듯이 많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용한다. 콘텐츠가 많아야만 재미있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개의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레고처럼 선택지가 무궁무진한 콘텐츠 하나면 된다고 말이다. 물론 레고 같은 콘텐츠를 만들기란 어렵다. 쉬웠다면 오늘도 이렇게 콘텐츠로 머리를 싸매고 있겠는가. 하지만 가야 할 방향을 알고 있기에 언젠간 분명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 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개발자들과 말이다.

[김형무 엔픽소프트 대리 teakgyunv@npic.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