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넘어 모바일 영역까지 확장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연동 거뜬… 이통사와 제휴 편의성 제공

더게임스가 창간기념으로 선정한 세 번째 화제작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자사의 대표 IP ‘리니지’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리니지모바일:헤이스트’다. 이 작품을 통해 유저들은 언제 어디서나 ‘리니지’를 즐기수 있게 됐다.

‘리니지모바일:헤이스트’(이하 헤이스트)는 특이한 점이 많은 작품이다. 먼저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게임에 아이템을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모바일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액제 요금제를 선택했다. 국내에서 정액제 요금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엔씨소프트인 만큼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린다면 타 게임업체에게 다양한 수익 모델을 선사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발성 이벤트로 사용되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것도 ‘헤이스트’만의 독특한 점이다. 가장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정액제를 고수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행보에 게임업계의 눈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편집자>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30일 서울 종각 T월드카페에서 ‘헤이스트’ 공식 출시 행사를 실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500여명이 넘는 유저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T월드카페는 SK텔레콤의 안테나숍으로 운영되는 장소다. 장소를 제공한 SK텔레콤은 이날 경품으로 제공된 ‘갤럭시S5’ 100대를 현장에서 개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 론칭 행사장 ‘인산인해’
이는 SK텔레콤이 ‘헤이스트’에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통신사는 항상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고심해 왔다. 스마트폰이 통신기기로 인기를 끌자 독자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최근 모바일 게임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통신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소규모 데이터를 사용하는 캐주얼 게임의 시대가 끝나고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미드코어 게임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을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됐고, 또 출시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헤이스트’가 정식으로 론칭하던 날 종로에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백발이 희끗한 중년 신사부터 봄나들이 나온 가족단위 유저, 20살을 갓 넘긴 ‘리니지’ 유저 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헤이스트’를 기다리던 것이다.

평소 ‘리니지’를 즐기던 유저들은 평균 3시간 가까운 기다림 속에서도 지겨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함께 악을 물리치고 공성전에서 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유저는 “‘리니지’를 하면서 누구나 겪었을 내용들을 나누면서 공감하고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험은 처음이다”라며 “처음 만났지만 ‘리니지’ 이야기로 벌써 친해져 전화번호를 나눈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진귀한 풍경은 또 있었다. 종각은 서울을 대표하는 대표적 건물 보신각이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봄기운을 만끽하는 연인에서부터 중국인 관광객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장을 지나던 행인들은 ‘리니지’의 이름을 단 현수막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게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리니지’ 이름 하나만으로 엔씨소프트와 게임을 연상한 것이다.

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보신각을 촬영하면서 ‘헤이스트’ 행사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2003년부터 중국에 서비스된 ‘리니지’를 알아보는 관광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 ‘헤이스트’는 어떤 게임?
지난 3월 19일 ‘헤이스트’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소식지 ‘버프2.0’을 통해 세부 사항이 처음 공개됐다. 유저들이 기대하던 온라인 버전 이식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탑재했다는 소식에 기대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헤이스트’는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간 데이터 연동해, 앱에서 얻은 보상을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강점이다. 유저는 ‘탐(TAM)’ 포인트를 얻어 리니지 캐릭터의 경험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이나 전용 사냥터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게임 방식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드물었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문자가 발생할 경우 온라인 서비스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헤이스트’ 정식 출시 전 다양한 수단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공개테스트(OBT)를 진행한 것도 이런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멀티 플랫폼 게임은 개발초기부터 온라인·모바일 연동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매우 많은 시간과 예산을 필요로 하게 된다. 넥슨의 MMORPG ‘삼국지를품다’가 멀티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됐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흔히 엔씨소프트를 온라인 게임의 특화된 회사로 오해하기 쉽지만, 모바일 분야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이런 개발력이 ‘헤이스트’를 존재하게 한 원동력이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8월 10일 국내 업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정보를 모바일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리니지’ 모바일 서비스는 게임 내 캐릭터 순위와 성장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고, 2012년 1월에는 게임 속 채팅 입력창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편의 기능을 추가했다.

2002년 9월부터 ‘리니지’ IP를 활용한 다양한 모바일 게임도 출시됐다. 온라인 게임 IP와 연동하는 최초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몬퀘스트’를 시작으로 ‘리니지:포켓캡슐’, ‘리니지:공성영웅전’ 등을 유저들에게 선보였었다. 이런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쌓은 노하우가 ‘헤이스트’ 개발에 활용됐다는 후문이다.

유저의 기대와 달리 업계가 주목한 부문은 모바일 게임의 정액요금제 도입과 통신사와의 협업체계 물꼬를 틀었다는 점이다.

‘헤이스트’는 모바일 게임에서 보기 드문 ‘정액제’ 요금을 도입했다. 해외 사례가 몇 있기는 하지만 한국 업체가 모바일 게임에 정액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정액요금제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엔씨소프트이기 때문에 ‘헤이스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클 수 밖에 없다.

‘헤이스트’ 정액요금제는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먼저 ‘헤이스트’를 이용하기 위한 요금이다. ‘헤이스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1만원 상당의 ‘탐나는 성장의 열매’ 아이템을 구매해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 기간은 한 달이며, 여러 개를 구매할 경우 다양한 경품과 아이템을 추가로 제공한다.

# 게임업체·통신사 협업 물꼬 텄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중과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헤이스트’는 어디까지 스핀오프 격 작품이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원할 경우 결제를 하지 않아도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즉, ‘헤이스트’를 결제하지 않아도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이용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두 번째는 데이터 통신 정액 요금제다. ‘헤이스트’ 이용 시 발생하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용 SK텔레콤 이용 고객은 3000원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게임업체와 통신사간 협업체계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미드코어 게임은 대부분 MMORPG 장르로 출시되고 있다. MMORPG는 캐주얼 게임과 달리 항시 서버와 데이터를 교환해야 한다. 따라서 게임이 사용하는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다. 미드코어 MMORPG 서비스를 준비하는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고려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물꼬를 튼 통신사와 협업체계를 이용한다면 개발기간 뿐 아니라 개발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기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만, 이미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여러 부분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도 이런 협업체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통신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부가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며 발생하는 통신 데이터는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통신 사업자에게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독자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이득의 대부분은 게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 행사로 엄청난 광고비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인터뷰] 김규호 리니지 개발실 모바일 기획팀장

“한 눈에 게임내용 알 수 있도록 구성”

- 리니지모바일:헤이스트는 어떤 게임인가.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자꾸 보고 싶어진다. 시간이 없으면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리니지모바일:헤이스트’는 유저가 원하는 목표를 빠른 시간에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 개발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은.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리니지’를 한눈에 알아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픽과 소리 화면 구성 등 모든 부분에서 ‘이건 리니지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모바일 환경의 간소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작은 화면과 다소 간단한 조작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단점을 인정하고 소화해 이에 걸맞은 조작감을 선사하고자했다.”

-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나.

“지난해 송년회 자리에서 ‘헤이스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화제가 나한테 돌아올까 고민하고 있는데 인터넷 기사로 이 소식을 봤다는 말이 나오면서 화제가 전환돼 긴장감이 탁하고 풀린 적이 있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엔씨소프트에게 ‘리니지’는 가장 유서 깊은 IP다. 이를 활용한 첫 번째 스마트폰용 모바일 서비스라는 점에서 부담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유저들을 만족하실 수 있게 해드리지는 못하더라도 업데이트를 통해 차츰 진화해나가는 모습 보여주겠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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