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기업들 자금난에 고사 직전…특단의 대책마련 서두를 때


게임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게임업체에 대한 관심도 크게 떨어져 이제는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게임개발을 통해 ‘대박신화’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로 인해 벤처게임업체나 중소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끊임없는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산업이 더욱 성장해 나가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업계에서 게임산업 미래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약속하고 있지만 이같은 노력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면서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게임산업은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며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성장과 분배 역시 보다 심화된 논의가 필요한 시기로 접어들게 됐다.
이는 단순히 내수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준비과정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론 업계 역시 상생과 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위한 움직임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위기에 직면한 게임산업이 수혈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게임 산업은 게임과 관련된 부정적인 선입견을 시작으로 현실성 없는 규제까지 강화돼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 업체들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모태펀드 문화계정을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이에따라 3월부터 공모가 진행되는 1차 정기 출자를 통해 정책육성 분야인 ‘애니메이션·캐릭터·만화 펀드’(250억/정부출자 150억)와 ‘게임펀드’(250억/정부출자 125억)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와는 별도로 게임업계에서도 중소업체들과의 협력을 위해 크고 작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돈이 돌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 펀드·투자 ‘그림의 떡’
이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작품에 투자하는 안전한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조성키로 한 250억원의 모태펀드 역시 수많은 벤처게임업체에 투자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성공가능성이 확인된 업체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가능성 있는 중소업체들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수직계열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 산업은 지난해 매출 규모 10조를 훌쩍 넘겼으며 문화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긴 58%에 달하는 효자 산업이다. 또 올해 역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시장 규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양극화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올바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공들여 쌓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콘텐츠 산업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정부 부처와 플랫폼 업체를 대표하는 카카오가 함께 업무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스마트 및 모바일 관련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투자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특히 문체부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창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7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에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을 구심점으로 삼아 9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게임과몰입 예방 및 해소 40억원 ▲기능성게임 제작 지원 24억원 ▲국제교류 및 수출 활성화 18억원 ▲게임산업 활성화 지원 9억원 ▲e스포츠 활성화 지원 16억원 등을 배정했다.

최근 게임업계 역시 위기감이 점차 고조됨에 따라 다양한 상생 방안들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먼저 규모가 큰 업체들은 스타트업 지원은 물론 퍼블리싱 과정에 따른 지분투자까지 파트너십 구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통적으로 이들이 단순 금액 투자가 아닌 동반성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게임업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투자는 대부분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품에 투자함으로써 이 작품이 성공할 경우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중소업체 입장에서도 든든한 후원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 전략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의 단점은 일단 검증된 업체들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게임산업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풀뿌리 개발업체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 가시적 성과에 집착
이러한 가운데 몇몇 업체들의 벤처기업 지원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넥슨의 경우처럼 성공한 업체를 막대한 돈을 투자해 인수하는 것과 달리 개발초기부터 투자를 실시해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먼저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분할과 함께 파트너 확보를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에 현재는 지니어스게임스, 트롤게임즈, 버프스톤, 모빌팩토리, 브런치소프트, 썸에이지, 써티게임즈, 펀웨이즈 등 여러 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쿠키런’ 개발사 데브시스터즈 지분을 인수하는 등 다각도로 협력 관계를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입주 지원 센터 네오플라이를 통해 벤처 육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내세워 기업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1월 청년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렌지팜을 선보였으며,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필요한 환경을 지원한다.

이렇게 여러 업체들이 상생 전략을 선택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복합적인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게임사업 출사표를 던진 네오아레나는 기존 퍼블리셔 논리와 차별화를 강조한 상생 모델로 업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통구조에서 관례로 여겨지는 부분과 상관없이 동반성장을 우선한 투자 및 계약을 체결하는 오픈 퍼블리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정부는 물론 업계까지 상생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투자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상생정책 자리 잡아야
이는 실질적인 업계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안목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모처럼 기회가 한정된 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금 더 다양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상생 정책이 전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상생 및 투자 방향이 일부 모바일업체에 편중되는 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편의성 위주의 전시행정이나 대기업을 위한 조직화로 귀결될 소지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업계 상생을 위한 선순환 구조 역시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게임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더게임스미디어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