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모델(해외)…생색내기 아닌 기업문화 정착돼야

전문가들은 외국기업들의 적극적이면서도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국내 업체들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라이엇게임즈와 문화재청 간 문화유산 지킴이 협약식 모습.
최근 게임 과몰입과 폭력성, 사행성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됨과 동시에 게임업체들이 사회를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이냐는 비난을 들을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산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해외의 업계들은 어떤 상황일까? 해외에서는 놀랍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무차별적인 비난과 사회문제로의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연구와 해결책 강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사회문제가 발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와 해외의 상황이 다른 점에 대해 해외 업체들의 솔선수범한 사회환원 활동을 이유로 손꼽았다. 국내와 다르게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는 게임업체들이 지향해야 할 사회공헌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2회에 걸쳐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회공헌 롤모델과 해외의 사례를 소개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지난 1월 7일, 해외기업인 라이엇게임즈(한국대표 이승현)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행사를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엇게임즈가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소재의 허미티지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던 불화(佛畵) 문화재인 ‘석가삼존도’의 반환 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내의 ‘신바람탈샤코’ 스킨 판매금 전액과 자사 기부금을 모아 반환 관련비용 6억 원을 후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환원 활동의 롤모델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여기에 라이엇게임즈의 이번 반환 활동은 민관협력을 통한 최초의 반출 문화재 반환 사례임과 동시에 외국계 게임사가 최초로 문화재 반환 활동을 후원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해외 게임업체들의 사회환원 활동은 현재 여러 가지 사회적인 논란에 놓인 국내 게임 기업들에게 새로운 롤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단순 봉사활동만으로 사회환원을 구성하고 있던 국내 업체들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해외 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기업 문화로 정착
'콜오드뷰티'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로 유명한 액티비전블리자드(대표 바비 코틱)는 최근 다운로드콘텐츠 수익금 170만 달러와 유저 기부금 30만 달러를 합친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을 콜오브듀티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했다. 이 기부는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 중인 활동이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참전 용사의 재취업 활동과 생활을 보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자선단체의 설명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이런 해외지역 대표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지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년부터 6억 원씩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블리자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40명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블리자드 관련 행사에 초청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다운로드 플랫폼인 ‘스팀’으로 유명한 밸브(대표 게이브 뉴웰) 역시 사회환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밸브는 기존 기부의 성격을 띠는 기존 사회환원 활동과 달리 자사의 게임 ‘포탈’ 및 ‘포탈2’의 제작 및 디자인을 가르쳐주는 현장 학습을 학교와 학생들에게 전면 개방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고 학습 관련 맵을 디자인하도록 했다.

이는 ‘포탈’과 ‘포탈2’가 물리의 이해와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파악한 밸브 측이 생각한 아이디어로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램과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사업이다. 이를 통해 게임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물리에 대해 거리감을 좁히며 교육자 역시 보다 효과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식물대좀비’ ‘비쥬얼드’ 등으로 유명한 팝캡(대표 존 베치)은 자선행사 자체도 많이 진행하지만 동시에 게임 자체를 기부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팝캡은 매년마다 꾸준히 병원과 양로원 등에 자사 게임을 제공해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촉매제로 게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파병 군인을 대상으로 ‘비주얼드트위스트’ 패키지 500개를 기부하거나 모바일 게임 판매 수익 전체를 기부에 사용하는 등 크고 작은 사회환원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

이런 해외의 다양한 사례는 국내 사례와 비교해서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접근’과 ‘규모’ 그리고 ‘인지’로 대표되는 세 가지 차이가 대표적으로 작용해 해당 국가에서의 게임의 인지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접근’의 차이는 다양한 각도에 있어서의 사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해
외 게임사들은 단순 수익 기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차일드플레이’라는 자선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는 해외 게임업계가 ‘놀이의 힘’을 통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 설립된 단체다. 이들은 지금까지 약 900만 달러의 성금을 모아 미국과 유럽, 중동 등지의 병원에 장난감과 휴대용 게임기를 보내면서 실질적인 즐거움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특히 차일드플레이의 공동대표인 제리 홀킨스와 마이크 크라홀릭은 미국 최대 게임쇼 중 하나인 ‘팍스프라임(PAX Prime)’을 개최하면서 게임 산업 발전을 이바지함과 동시에 차일드플레이와 연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규모’의 차이는 회사 차원의 활동 및 움직임을 통해 보다 확실한 성과와 이미지를 사회에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EA게임에 대한 대규모 할인 판매로 주목을 받는 해외 다운로드 유통 사이트 ‘험블번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구매 기본 설정에 유저가 직접 게임 구매 시 기부처를 선택할 수 있고 구매금액 전부를 기부에 활용할 수 있는 탭을 제공해 사용자에게 직접 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지’의 차이는 해외 업체들의 모든 사회환원 활동이 단순 봉사활동을 통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회사가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해외 업체들은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환원 활동에 임하고 있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블리자드 대표는 퇴역군인 기부 상황을 공개하며 “퇴역군인들은 우리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군 복무 중 채득한 경험과 기술, 능력 등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히며 회사는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국내 업체들 교훈 삼아야

이런 해외 업체들의 적극적인 사회환원 활동은 지난 2013년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서 여론으로 나타났다.

전미총기협회를 포함한 몇몇 단체에서 ‘폭력적인 게임’ 때문에 총기난사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여론이 게임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니라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여론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총기 관련 사고와 게임과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무지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폭력적인 사건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를 알지 못 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발언해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해외 업체들은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과 산업적 발전을 모두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꾸준히 세우고, 게임 관련 행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실행에 나서고 있다. 게임개발자컨퍼런스와 E3, 팍스프라임과 게임스컴 등 다양한 게임 행사에서 가족과 같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사회에서 게임 산업이 돋보적인 위치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도 해외의 사례와 같이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게임 규제 움직임과 청소년 문제 등 사회 이슈와 관련해 사회환원의 개선이 업계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산업은 미래 창조산업의 중심이라는 평가와 함께 게임 중독 등 문제점이 같이 지적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환원 활동의 개편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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