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무너지면서 ‘무한경쟁’ 체제로
한국,온라인 종주국 위상 ‘흔들’…철저한 시장 조사 통해 돌파구 마련해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경계는 분명해 보였다. 각자의 시장이 확고히 자리 잡아 쉽게 뚫고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었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이같은 분명한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게임업계에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가 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업체들끼리 안방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게임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는 국내와 해외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했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이러한 경계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글로벌시장은 더 이상 우리 업체에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더게임스가 선정한 올해 세 번째 키워드는 그래서 레드오션으로 변한 글로벌시장이다. 올 한해 게임업계는 누가 더 글로벌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 또한 누가 더 철저하게 글로벌업체들의 공략을 막아내느냐 하는 싸움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판가름 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의 글로벌경쟁력이 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잇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퀄리티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획력도 돋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들도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게임만 보더라도 2년 전부터 외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월드오브탱크’ ‘디아블로3’ 등 외산게임들이 가세해 국내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아직은 국산 게임들이 인기와 매출순위에서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철옹성도 크게 흔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밀리언아서’와 영국에서 개발된 ‘캔디크러쉬사가’ 등 몇몇 작품들이 인기게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인드부터 달라져야
게임시장이 글로벌화 됨에 따라 우리 업체들의 글로벌마인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마인드란 게임을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글로벌시장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남들보다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그곳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성공신화를 기록한 작품들은 대부분 처음 이 시장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게임을 그대로 수입했던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도 스스로 게임을 개발할 정도로 실력을 키웠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선점전략’도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남미 등 아직까지 온라인게임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는 우리 게임들이 선점효과를 노릴 수 있겠지만 우리 뿐만 아니라 너도나도 신흥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 하나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지화와 독창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던 것들이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의 글로벌시장 진출전략은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며 “신흥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먼저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도 유행과 트렌드를 좇아 유사한 작품개발에 매달리는 업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국내 모바일 대표 기업이라 불리던 선데이토즈가 ‘애니팡2’를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표절’ 논란이 다시금 불 지펴지고 있다. 그전에도 국내 게임 업계는 한 작품이 히트를 치면 그 작품을 약간 변형하는 형식으로 출시를 지속했다. 그에 따라 한 작품의 인기에 따라 출시되는 작품들의 장르가 정해지는 현상도 벌어졌다.

이에 반해 해외는 폭넓은 장르로 다양하게 출시돼 예전 온라인 게임 시절과 달리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를 뒤따르는 현상이 줄을 잇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장수하기 위해선 아이디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해외 직접진출 매력적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현지 퍼블리셔를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영국, 독일 등 게임선진국에서 우리 업체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등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형태의 수출에 대해 외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현지 산업 인프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 캐나다에 이어 영국에서도 한국 게임 업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영국정부는 지난 ‘지스타2013’에 영국외무성(FCO)과 영국무역투자청(UKTI)을 참가시켜 국내 게임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

국내 업체들도 영국정부의 러브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한 개발자는 “명작 게임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영국의 제안에 솔깃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최근 떠오른 독일에 비해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영어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메리트 자체도 크다”고 말하며 영국 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특히 영국 정부는 ‘엔터테인먼트산업 감세’ 원칙이 게임산업에도 적용돼 판매수익 규모에 따른 차등감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기술적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특허박스(Patent Box)’를 적용시켜 법인세를 감면해줄 것을 약속하는 등 한국 게임업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뿐 아니라 여러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추세다. 최근 관광, 공산품 수출 보다는 무한한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문화콘텐츠 수출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게임 업체들은 뛰어난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여러 규제로 위축되고 있어 해외 직접 진출이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이 공동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비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중국 게임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텐센트는 물론 17173닷컴, 샨다게임즈 외에도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또한 모바일 게임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중국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와 기타 해외에서도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중국 진출만 하더라도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워낙 인구가 많은 만큼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확실하다”며 “최근 블랙마켓 퇴치 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업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국 게임업체들의 입지가 커져 오히려 진출이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업체들의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미국 디지털 게임시장 조사기관 슈퍼데이터가 공개한 작년 전세계 부분유료화 매출 순위 톱 10에 국내 게임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특히 상위 5개 작품 중 한국 게임 3개 작품이 순위에 랭크돼 온라인 게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다. 1위는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가 9억 570만 달러(한화 약 1조 180억 원)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 이 차지했다. 또 엔씨소프트 또한 ‘리니지’ 부분유료화 서비스로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해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유저들이 국내 게임 업체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제 글로벌 경쟁으로 접어든 만큼 아이디어 경쟁에서 살아남는 업체가 장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수빈 기자 subink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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