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4시 콘텐츠 진흥원 대 강당에서는 새해를 맞아 콘텐츠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교류회지만 이 모임의 특별한 성격 때문인지 부처 장관 등 많은 관계 인사들이 참석, 올 한 해의 가능성을 다짐하는 등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 행사에 유독 게임계 인사들만 눈에 띠지 않았다. 유일하게 게임문화재단의 신현택 이사장과 인터넷PC문화협회 김병곤 회장 두 사람 정도만이 눈에 들어 왔을 뿐이다. 경쟁 업종의 인사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 할 만큼 부산했다면 게임계 인사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눈을 씻고 찾아 봐야 할 정도였다.

오랜 만에 만난 콘텐츠업계 인사가 필자에게 반갑게 말을 건넸다. “요즘 잘 지내시는 지요”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그가 건넨 말 그대로 잘 지낸다고 했을 텐데, 그날따라 속이 꼬여 있었다. “뭘 잘 지내요. 잘 지낼 턱이 있나요” 하고 퉁명스럽게 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가 필자의 곁으로 다가와서 이같이 말했다. 연회장을 가르키며 “이런 식으로 하니까 게임계가 욕을 먹지 않습니까”. 그는 농담식으로 가볍게 말을 건넸지만 게임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마치 필자 잘못인양 그 소리를 듣자마자 허둥지둥, 순간 몸 둘 바를 몰랐다.

그 것은 단절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임계가 등을 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왕따’를 시키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뭔가 게임계와 사회가 소통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업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가운데 자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머물려는 속성을 어찌 보면 겸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 홀로 유유자적 하려는 것이라고 비춰진다면 얘기는 상당히 달라지고 복잡해진다.

그만큼 게임계가 사회의 보편적 정서와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 간 필자는 칼럼을 통해 게임계의 이같은 몸짓을 태생적 수줍음으로 말해 왔다. 맑고 순수하지 않으면 드러낼 수 없는 게 수줍음이다. 소년의 수줍음은 그래서 곧잘 문학의 한 표현 기법으로 쓰여져 왔다. 실제로 게임계는 이제 소년의 티를 벗어나는 시기에 있다. 불과 18년의 산업 성상을 쌓아 온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게임계에 대한 사회로부터의 주문이 잇따르는 것은 성상 쌓기에 비해 책임과 역할이 너무나 막중한 까닭이다. 게임 과몰입과 사행 그리고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사회의 반향과 반발이 생각보다 심각하고, 우려의 강도 또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란 점에서 간단하게 판단하고 넘어갈 성질의 것은 아니다.

게임계가 자의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인지 분명치 않지만 2008년 게임문화재단이 출범하자 사회 각층의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게임계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첫 걸음을 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사회사업 기금 조성이란 큰 뜻으로 출범한 문화재단의 활동은 초라하고 옹색했다. 사업은 겉돌기 시작했다. 사정을 살펴보니 이사회와는 별도로 기부금 관리 위원회라는 것이 있어 이 곳에서 기금에 대한 사용처를 통제했던 것이다.

게임계가 제도권과는 달리 게임계 방식의 문화재단 운영을 채택함으로써 사회 정서와 또 선을 그어 버린 것이다.

게임산업협회는 과거 김범수 전 NHN 대표와 필자가 협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익단체가 존립해야 함의 절박성도 그 것이지만 게임계를 제도권으로 빨리 진입시켜야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김범수 회장이 물러나자 협회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독버섯 같은 게임계 방식의 운영이 슬그머니 자리해 버린 것이다. 정관에도 없는 메이저 중심의 운영위원회를 만들더니 여기서 이사회 역할을 수행토록 한 것이다. 제도권에서 보면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진 셈인데, 마치 이 것이 게임계의 방식인 것처럼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게임은 온라인에서 이뤄지지만, 실질적 비즈니스는 오프라인, 굴뚝 현장에서 만들어 진다. 정확히 말하면 제도권에서 사업이 이뤄진다. 따라서 제도권의 정서를 외면하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임계는 그동안 납득할 수 없는 게임계 방식의 문화를 밀어붙임으로써 제도권과의 단절을 초래해 왔다. 실제로 이로 인해 시민단체 등 제도권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추진중인 ‘게임 중독법’이다. 게임계가 제도권의 정서를 반영하고, 단절의 문화가 아닌, 친 사회적 기업임을 앞세워 사회와의 소통에 주력했다면 ‘게임중독법’ 과 같은 터무니없는 법은 거론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변해야 한다. 게임계 방식의 문화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사회에 새로운 것을 더하자는 게 아니라 ‘나홀로’ 아리랑을 즐기겠다는 것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주변인을 양산하고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요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방식, 게임계 방식은 던져 버려야 한다.

최근 만난 L&K 남택원 사장은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게임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 것은 게임이 문화의 지류로 편입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할 것이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게임 문화로는 산업성장과 엔터테인먼트 시장편입은 아주 요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줍음보다 책임감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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