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정 현안 전반에 걸쳐 진행됐지만 회견 내용은 경제 회생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 짙다.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도 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부실한 우리 경제 구조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게 박 정부의 현실적 고민이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돈이 풀려야 하는데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이다. 중앙은행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좋은 부양책을 쓰더라도 먹히지 않는 법이다.

민간 기업에서 쌓아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실물 경제를 위해 풀라고 강제할 수 없다면 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쓸 수 밖에 없는데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지난주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키로 하는 등 새로운 경제 로드맵을 그리겠다고 선언했는데 과연 어떤 그림을 완성해 국민들에게 선보이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성장 엔진이 노후화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만으론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고,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을 해 온 해운, 해외 건설 분야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삼성전자도 기업 실적의 바로미터를 보여주는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들어 처음으로 꺾이는 현상을 드러냈다.

그렇다보니 국민들은 더욱 더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피로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악화되면서 세수는 균형을 잃어가고 있고, 사회 복지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하는 노동력은 노쇠해 가고, 사회 계층별, 지역별, 단체별 갈등은 더 첨예하게 대립,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서둘러 발굴하거나 만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내일을 결단코 예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서는 수직적 계열 관계에서 수평적 융합 관계란 다소 독특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계가 없는 것 같아도 연관이 있고, 관련이 없어도 필요하면 합하고 해산한다. 과거 굴뚝산업에서는 통할 수 없는 것들이 인터넷 디지털 시대에서는 통한다고 봐야 한다. 기업간,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오로지 하나로 존재해 가치를 끌어 올리던 시대는 저물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융합이다. 콘텐츠산업으로 대비해 설명하면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제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굴뚝산업인 해운, 자동차도 엔진과 철강만으로는 제품을 완성해 출하할 수 없다. IT 제품도 마찬가지다. 단위제품일 경우 아예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고부가제품인 반도체 칩이 높게 몸값을 유지하는 것은 반도체와 스토리가 융합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미래의 대한민국 성장 추진체는 지식산업이다. 산업 폐기물이 없고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청년 실업 문제를 당장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고부가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원이며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콘텐츠는 그 중 하나이다.

콘텐츠 가운데 킬러 콘텐츠를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재미를 안겨주는 것 뿐 아니라 뛰어난 고부가 상품에다 산업 경쟁력 또한 월등하다. 전세계적으로 게임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온라인 게임 플랫폼은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게임 수출이 약 29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를 제조업종 가치로 환산하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결국 미래 지식산업에서 게임을 떼놓고 얘기한다는 것은 알맹이 없는 열매와도 같다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은 매우 유감이다. 경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현 상황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손 치더라도 이를 탈출하기 위한 구체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앞으로 그려 나갈 경제개혁 안에는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육성 방안이 반드시 적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융합의 집합체이며 지식산업의 근간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용이라고 깎아 내리지만 그렇지 않다. 기초 응용 과학기술, 자동차, 항공,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게임이다. 그럼에도 이를 떼놓고 미래 먹거리 산업을 논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기회에 게임, 특히 게임시장을 정부 관계자들이 재조명하고 평가했으면 한다. 최근 게임에 대한 논란과 문제의 핵심은 일부 게임서비스업체 또는 운영업체이지, 결코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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