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첫 단추 꿰어나가는 한해”

 

“지난 한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시기였습니다. 국내 게임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정재성 미리내게임즈 대표가 다시 돌아왔다. 정 대표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기초를 닦은 1세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떠나 있다가 큰 뜻을 품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는 1세대 인으로서의 사명감과 함께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의 환경을 바꿔보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정 대표에게 2013년은 오랜 해외 생활 중 많은 고민을 거치고 국내에 다시 둥지를 틀었던 한해였다. 그는 ‘미리내’가 보유한 IP를 기반으로 두는 작품은 물론 트렌드에 따른 신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준비해왔다.

정 대표는 ‘그날이오면’ 모바일 버전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다사다난 한해를 거친 끝에 국내 복귀 첫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이 기회를 통해 새롭게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신작 출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던 ‘미리내’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온라인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신작까지 개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 대표도 국내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며 “달라진 환경을 경험하고 이에 적응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처음 국내 복귀 결정 당시 예상보다 세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이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달라진 환경 적응 못해
그는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생활했지만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일을 해왔다. 대표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일선에 머물며 다방면으로 성과를 거두고 입지를 넓혀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향후 사업 전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국내 게임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했으며 이런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며 “해외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활용하는 것도 예상 외로 복잡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과정부터 어려웠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채용했으나 이를 깨뜨리는 경우가 발생해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충을 말했다.

인력 모집과 관련해 그는 이력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개발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한 부분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력 사항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신뢰를 어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획자가 이런 문제를 초래하게 되면 더욱 치명적인 사태로 이어져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서로 간 의견 조율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 같다”며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되는 결과를 내놓는 과정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개발력이 뛰어난 인재가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해 난항을 겪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이런 부분을 어떻게 개선시키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 신뢰받는 개발자가 필요
정 대표는 “전반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은 개발자들의 신뢰도가 저조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책임 의식이 형성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개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갑과 을의 관계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업계의 기조나 정부 정책에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업계가 산업 전망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가지고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여기에 이런 정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업계 내부는 물론 정부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화할 의지가 없다”며 “스톡옵션과 같은 임직원들에 대한 장치 역시 업계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정부의 대처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자, 넓게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수익을 거두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이런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정부 정책 기조 중 하나인 창조경제가 복잡한 의미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이와 같다”며 “게임 산업 역시 창조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시장은 이런 구조에 대한 의심이 커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매출과 관련된 할당 부분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개발자들에게 제시했으나 쉽게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이를 바꿔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런 변화가 성공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전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업계 상생 방안 마련 절실
여기에 정 대표는 최근 업체들이 단기간 매출만 노리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그는 “독식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경쟁자가 줄어들면 아이디어 고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런 상황은 과거 몇 년 전부터 조성된 산업 생태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점차 대규모로 번져가고 상생이 어려워짐에 따라 정체된 상황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렇게 현재 시장에서 발견되는 전조들이 향후 몇 년 이후 환경을 결정짓게 된다”며 “이를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한다면 정말 산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미로 이번 2014년은 정말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포화 상태로 지적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 간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포화 상태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단지 일부 업체들을 위주로 편향되는 상황을 방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쟁을 통해 다수의 중견기업들이 생존하는 생태계는 바람직하다”며 “업계가 자발적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독법 역시 이런 업계의 방관이 초래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애초 업계가 고민을 통해 방지할 수 있었던 부분으로 일시적인 회피가 오히려 더 큰 문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핵심적인 문제는 매출 징수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에 따른 것으로 이에 대한 심각성을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가 온라인게임 및 모바일게임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과거 아케이드 보드기판과 관련된 법안 사례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산업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는 가운데 정 대표는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워나가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그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1년간 경험이 축적된 만큼 시장 예측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며 “준비가 길었던 만큼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사진=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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