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게임중독법’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게임 업계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존재감은 커녕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목을 조이고 손발을 묶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만큼 산업 조직이 허술하기 짝이 없거나 상대에게 허점을 완전히 드러내 놓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끄떡하면 게임업계를 걸고 넘어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영화 등 타 업종에 비해 게임업계에 약점이 많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 문제를 삼는 사행성과 중독성 폭력성은 거기가 거기라 할 순 없지만 경쟁업종에도 예외일 수 없다. 폭력중 가장 잔인한 언어폭력으로 얘기하면 영화를 따라 잡을 수 없고 사행, 중독 문제를 꼽으면 게임이 경마, 경륜보다 더할 수 없다. 성인층을 떼고 청소년층으로 제한해 문제 삼는다 해도 게임이 그들이 즐겨한다는 술과 담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임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부아가 들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현실과 상황을 냉철히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아니 사회가 그렇게 밖에 바라볼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산업은 있으나 실체가 없고, 문화를 얘기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문화는 참살돼 있기 때문이다.

달포 전 정부측 관계자를 만나 게임업계의 현실을 주고받으면서 필자나 정부측 관계자 할 것 없이 함께 안타까워했던 점은 산업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업 이름은 간혹 들어봤으나 그 기업이 누구에 의해 일궈지고, 어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이냐는 질문에 일반 사람들은 물론 게임 유저들조차 변변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게임업계의 단골말로, 게임만 잘 나가고 팔리면 됐지 그 외의 것이 뭐가 필요하고 중요하느냐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 게임을 기획해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게임 유저들이 굳이 알 필요가 없다는 식의 홍보가 전부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숨 쉬고 살아가며 토해 낸 흔적들이 완전히 소실돼 버린 것이다. 오로지 현실 사회에는 게임서비스업체와 유저만 존재할 뿐이다. 사람이 살고 있으나 그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고 숨은 쉬고 있으나 개미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유령의 도시와 같은 모습이 다름 아닌 게임업계인 것이다.

문화는 삶에서 비롯된 양식이다. 게임 문화는 오로지 히트한 게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히트작이란 화폭 위에 그려진 꽃잎 정도에 머무르는 아주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그 것을 집대성하고 빚어낸 게임 장인들의 희로애락이 더 큰 것이며 주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업계가 그동안 매우 잘못 해 온 것이다.

게임은 팬들에 의해 명멸한다. 또 결코 영원할 수 없다. 흥행시장에서 히트할 수도, 실패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인들은 그렇지 않다. 게임이 실패한다 하더라도 삶의 터전 위에서 살아가며, 생명선을 이어간다. 좀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놓고 보면 게임보다 더 영원하다는 것이다. 게임인들에게는 그들만의 삶이 존재하고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에는 이런 것들이 무시되거나 평가받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서비스라는 이름아래 이같은 삶의 군상들이 묻혀 버린 것이다.

참살된 게임 문화를 복원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인 스스로 자존감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뒤에 숨어있지 말고 당당히 세상 전면에 나서야 하며, 자기 스스로 게임인임을 다짐해아 한다. 게임이 결코 게임인보다 앞서게 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두 번째로는 히트작 유혹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열정을 다하되 그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매달려 선 곤란하다. 반드시 히트작을 만들겠다고 기획한 작품이 시장에서 재미를 본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는 명예와 역사 의식을 자기생명처럼 지켜 나가는 게임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게임업체 대표들과 개발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것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부는 게임이 좋아 입문한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황금궤를 캐기 위해 게임계에 들어왔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사람보다는 게임을 더 강조하고 게임성을 주문한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이들 대부분은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다.

언필칭, 한 작품을 놓고 이로 인해 게임 문화가 무너지게 된다면 두말할 것 없이 게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무조건 게임이었다. 산업이 망가지든 문화가 무너지든 상관할 바 없다는 듯이 게임 서비스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게임은 유한하지만, 게임문화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문화란 토대 없이 게임계가 친사회적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토양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계를 제도권에서 인정할 것이란 기대는 마치 산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바람과 같다 할 것이다. 결코 게임업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존경심과 경외감 등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그가 돈이 있다 해서 우러나거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것은 정신이며 문화유산에서 비롯된다.

게임업계가 제도권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게임만 좇다가 게임 문화란 삶의 정신적 유산을 잃어버린 때문이 아닌지 이번 ‘게임중독법’ 파동을 계기로 생각해 봐야 한다. 해서,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문화 복원에 힘써야 한다.

그래야 제도권으로부터 최소한 목을 조이는 수모나 푸대접은 받지 않을 게 아닌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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