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 뜨거운 감자는 뭐니 뭐니 해도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일명 ‘게임중독법’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분류하여 중독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아직 학문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정의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부분을 법안으로 만들겠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는 여러 가지 법의 구성 요건에 문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법리적으로 볼 때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백히 나와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고 즐거운 경험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이를 하위법이 막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2011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게임의 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렸다. 수정헌법 제 1조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와 괘를 같이하여,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중독법’ 법안 검토과정에서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중독 대상으로 적시할 경우 그 범위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평등성·명확성·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므로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는 법안의 문제도 있지만, 발의 시 타 부처간 조정과 중복성 검토에 신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결과로 게임업계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게임사에 세금을 걷어 기금을 조성하려 했으나 위헌 판결을 받은 적이 있고, 중국의 경우, 강제적 셧다운제를 실시했으나 실효성이 없자 자율규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입장을 대신하고자 함이 아니니 이번 사태에 대해 게임업계는 그 동안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냉철히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게임 중독’이라는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이며, 게임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인식해야 한다.

또한 다른 이익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게임연구재단을 설립하여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선도 게임업체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5년간 100억씩 출자하여 독립 연구재단을 설립하고 게임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게임 중독 문제는 게임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이다. 따라서 학교 폭력,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탓을 게임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신경과 의사들도 게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우선 가정과 학교에서 자녀와의 대화시간을 늘려가고 자녀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적기조례(赤旗條例)’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자동차 보급되면 마부들이 실직하니 자동차는 말보다 느리게 다니세요’ 라는 내용인데, 당시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미국, 독일, 프랑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렵게 일구어온 대표적인 창조산업을 구시대적 발상으로 함부로 규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런 대립이 중용의 미덕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중용이란 서로 양보해서 절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지혜이다.

[윤형섭 객원논설위원(게임학 박사)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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