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한국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일컬어지던 장르가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와 만나고,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타 유저 연계와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로 대박 신화들을 만들어 나갔다.

이 흐름은 현재도 계속 이어져 하루 몇 억 매출의 스마트폰 게임들이 등장하고, 카카오톡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다양한 플랫폼들이 칼을 갈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수많은 업체들이 추후 모바일 트렌드의 변화를 예견하며 대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여타 게임 플랫폼의 변천사도 그러하였다. 윤회라 표현해도 될 정도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콘솔 게임이 무르익어가던 시절, 수많은 창조적인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다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등 소수의 대작들이 영화 같은 그래픽을 내세우며 사람들의 눈높이를 확 높여 버렸다. 수십 배의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쟁업체들은 참신함으로 포지셔닝을 해 보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 흐름은 모바일 완전히 이어지는 듯하다. 작년, 쉽고 간단한 모바일 게임들이 주축이 되어 게임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게임 소비군으로 흡수하며 저변을 확대해 나갔고, 별것 아니어 보이는 아이디어나 타 게임의 모방을 통해서도 대박이 가능해지자 수많은 이들이 이 황금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중반부터는 그래픽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소위 ‘대작’들이 엄청난 물량의 마케팅과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중소업체들은 이전 타 플랫폼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잘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 어떻게 해야 게임을 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상황이다.

제품에 대한 평가가 뒷전이 되고 브랜드에 의한 선택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시대의 불가피한 트렌드다. 수많은 제품들의 홍수 속에 유저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간 ‘괜찮은 게임’들이 적지 않다.

그것이 누구의 탓인가는 구태여 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안쓰러울 뿐이다. 결국, 소수의 대작 중심으로 시장의 헤게모니는 이끌려갈 것이고, 개발비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한 모방 게임이 판을 칠 것이며, 창의적이거나 도전정신을 가진 신생 개발사일수록 더 어려움을 겪다가 도태될 것이다.

내심, 아직까지도 모바일에서만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지겨운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었으면 한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의 특장점에 어울리는 게임들이, 타인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즉 네트워크 기능을 극대화한 게임들이, 모바일 하드웨어 기술 혁신에 의한 새로운 조작방법을 게임에 잘 활용한 게임들이, 그리고 쉬운 조작으로도 짧은 시간에 후련한 활력이 되어줄 게임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소위 대작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길 바란다. 새로운 발상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신생업체들이 쉼 없이 등장하여, 기존 대형 업체들이 타성에 젖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길 바란다.

또한, 퍼블리셔나 이통사, 플랫폼 홀더도 그러한 조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한때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게임들이 한국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가. 이제 시대가 바뀌어, 모바일 게임의 경우 곧장 해외 시장을 무대로 개발이 가능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쉼 없는 도전과 경쟁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한국 모바일 게임들이 세계를 무대로 멋진 활약을 펼칠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꿈꾸어 본다.

[김정주 객원논설위원/노리아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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