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학에 절실한건 소통의 문화”
다양한 현상 담아내는 그릇 '실종'…정기 포럼 등 '대화의 장' 마련해 나갈 것

“신임 학회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업계와 정부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온 것에는 소통의 부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7대 한국게임학회장으로 선출된 이재홍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교수는 현재 게임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게임학회 추계 정기 학술대회 및 총회’에서 발표한 학회장 선출 소감에서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그동안 연구해온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멉니다. 전임 학회장님들께서 쌓아온 것들을 바탕으로 학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그는 학회장 선출 이후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학회장 선출까지는 전임 학회장이 다음 학회장을 추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 학회장 선출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학회장에 출마한 뒤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 문학을 꿈꾼 전자공학도
이 신임 학회장은 고교 시절부터 문학도의 꿈을 꾸어왔지만 생업을 위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결국 문학도로서의 꿈을 버리지 못해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동경대 종합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 후 귀국한 그는 소설가로서 집필활동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우리 문화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차에 게임에 눈을 뜨게 됐다.

이 학회장은 그 후 게임에 대한 공학적 접근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에 나서며 지난 2009년 말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게임구성의 4요소를 중심으로’ 라는 논문으로 숭실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스토리텔링부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게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는 학회장으로서의 목표와 학회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 게임 업계는 일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학회장으로 있는 2년 동안 ‘소통’을 하나의 기조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소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학회 내부에서의 소통이다. 게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보다 활발한 소통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업계와 학회와의 소통이다. 그간 업계와 학회는 아무런 소통이 없어왔다. 다만 몇몇 학교들이 업체들과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정도의 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학회에 소속돼있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전문 게임 교육기관의 교육자들”이라며 “학회와 업계의 소통은 업계에서, 나아가 창조경제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학회 문을 활짝 개방
마지막으로는 타 분야 학회와의 소통이다. 그간 게임학회는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를 깊이 있게 진행해왔다. 아직 학문으로서의 게임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그런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게임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 뿐만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그는 “궁극적으로는 게임과 사회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게임과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진흥과 규제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규제 일변도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정책을 타계하기 위해 학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논했다.

게임은 산업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문화는 여러 요소들의 융합이다. 창조경제에서 말하는 핵심은 융합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의 연구에 있어서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과 맞물려있는 다양한 현상들과 요소들을 연구해, 이 사회가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이해의 부재가 가져오는 현상은 바로 우리 사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인과와 논리가 없는 규제안을 발의하고, 게임 업계는 그에 반대하면서도 올바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게임 업계의 상황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말하면서 심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심의기구에서조차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볼 경우, 올바른 의지로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과 콘텐츠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을 구분해서 심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구분 없이 게임을 모두 같은 카테고리로 묶어 평가하려고 하는 것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외부활동 크게 강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포럼을 개최할 생각입니다. 각 분야의 권위자들, 업계 종사자, 정부 인사 등 게임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게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 학회장은 그간 게임 업계를 바라보며 게임 자체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있던 학회가 외부 활동을 통해 게임을 중심으로 한 소통을 이끌어나갈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학회의 구성원부터 넓힐 계획이다. 그가 주장하는 소통을 위해서는 학회의 구성원들 역시 다양한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회가 업계의 사람들과 정부 관계자들까지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학회의 구성원들이 갖추어지면 내년 중반기에 포럼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그는 게임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현재 스마트디바이스의 활성화가 온라인을 비롯한 하드코어 게임들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스마트디바이스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캐주얼을 뛰어넘어 미드코어 게임들이 하나 둘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발달의 역사로 미루어 봤을 때 미드코어 게임이 나온 이후 등장하는 것은 하드코어 게임이다. 이 학회장은 스마트디바이스를 활용하는 하드코어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드코어게임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디바이스 활용의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이는 현재 블랙마켓이라고 여겨지는 에듀테인먼트 분야의 발달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능성 게임의 한 분야인 에듀테인먼트는 지금까지 많은 가능성만을 품어왔지만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게임과 교육을 효과적으로 잇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임 회장으로서 밝힌 목표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고, 2년의 임기동안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루지는 못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매우 시급한 문제며 게임업계와 우리 사회와의 소통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더게임스 구지원 기자 endimi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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