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 다 못믿겠다’ 강력 반발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은 불난집에 부채질 한 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죄인처럼 숨죽이며 선처를 바랬다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박차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았다. 셧다운제 이후 PC방 금연법,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웹보드게임 규제안 등 여러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며 업계 관계자들은 끊임없는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올해까지 규제를 강화했다면 내년부터는 진흥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진흥책을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업계가 나서서 게임 산업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한해 정부의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활발하던 업계의 움직임은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웹보드게임 규제안, PC방 금연법 등이 쏟아지며 구조조정, 주가 하락 등 창조 경제의 주축으로 불리던 게임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특히 게임주가 연초에 비해 평균 16.37%나 수익률이 하락하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투자 위축까지 불러왔다.

그러나 그간 업계의 반응은 조용했다. 규제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릴 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업계가 그동안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게임을 4대 악으로 규정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과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의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까지 발의되며 업계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업계가 나서서 무언가 보여줌으로서 이 난관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업계의 분위기는 ‘당장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인 사회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게임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게임이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의 진흥을 위해 규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고 그를 위해서는 게임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넥슨, 엔씨, NHN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업체가 나서서 과몰입 예방센터 지원을 위한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아무리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중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업계가 사회환원사업을 통해 불우이웃 지원, 지역 사회 공헌 등을 계속해 왔으나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며 게임 과몰입 예방과 부작용 치료에 대한 행동과 과정, 결과를 여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사회공헌의 범위를 더 넓혀서 좀 더 정기적이고 종합적인 기여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그간 등한시 해왔던 학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학계와의 소통은 몇몇 학교들이 업체와 산학 협력을 진행하는 선에서 그쳐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안이 등장할 때 마다 적절한 반박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게임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업계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데 업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업계의 인식이 점차 전환되며 본격적인 ‘게임 중독법’ 저지 및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친 규제 개혁을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우리만화연대, 문화연대, 게임개발자네트워크, 영화제작가협회, 게임개발자연대, 한국게임학회 등 게임 및 문화예술, 시민 단체들은 지난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공대위는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를 시작으로 게임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또한 국민 홍보물을 제작해 ‘중독법’이 가진 심각성과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며 정기 포럼, 정책 연구, 플래시몹 퍼포먼스 등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청소년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도 내달 중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방침이다.

21일 개최된 공대위 발족식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독법은 사실상 모든 인터넷 표현물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디어콘텐츠를 규제하는 법으로 기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임지혜 기자 jihye111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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