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게임 중독법’ 제정을 반대하는 서명인이 28만을 돌파했다. 게임계 뿐 아니라 상당수 사람들이 이 법의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입법화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의진 의원측은 법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업계가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알코올과 마약, 도박 등 악의 등가물과 같은 고약한 것과 동일하게 게임 콘텐츠를 다루었다는 것은 어떤 설명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설적인 가정이지만 신의원이 알코올과 마약 도박 등과 섞지 말고 게임만을 따로 떼서 독자적인 법률안을 만들었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란 게 관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결국 의욕만을 앞세우고 일을 진행하다 화를 자초한 꼴인데, 일각의 시민단체에서는 그래서 이 법안의 제정을 둘러싼 소용돌이를 더 안타깝게 생각하며 바라보는 것 같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법안 제정을 둘러싸고 게임계와 제도권의 온도차이가 얼마나 심각한지와 함께 게임계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예상외로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게임계는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이지만 현실은 게임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낮게, 더 냉혹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렇다면, 10만이 넘는 전문 인력이 종사하고 있고 30억 달러에 이르는 게임 콘텐츠를 수출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산업계가 금지옥엽,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할 콘텐츠로 평가받기는 커녕 되레 정치권과 사회 문화계의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당하고 있는 까닭은 왜일까.

한마디로 덩치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경쟁업종 가운데 비주류였기 때문에 그렇다 손 치더라도 지금은 게임이 어렷한 주류로 편입돼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주류 시절 하던 행태를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제도권의 시각이다.

규모가 커지고 살림이 달라졌으면 그 만큼의 규모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전혀 바뀌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게임업체들이 발표하는 영업 이익률이다. 게임업계의 영업이익률은 경쟁업종에 비해 평균 30~40% 높다. 국내 최대 게임기업 가운데 하나인 A사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거의 70%에 육박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7%에 달한다. 상상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런데 제도권에서는 그같은 실적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수치놀이에 불과하다는 식의 평가 절하하는 모습이다. 게임계가 쓸데 쓰지 않고 오로지 금융시장만 바라보고 올린 수치라는 것이다. 이들의 지적이 다 맞다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틀렸다 말할 수 없다.

기업의 긍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임에 두 말할 나위 없다. 수익이 나야 재투자를 할 수 있고,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것으로써 기업이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현상과 병리적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하고,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문화를 안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같은 문제를 놓고 사회 공동체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했는데 게임계는 이를 마다하고 오직 돈줄이 되는 금융시장만 바라보고 처신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결국 사회에 부정적인 집단으로 비춰졌고, 이같은 흐름이 우리사회에 반 게임계 정서가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게임중독법’은 논란 뿐 아니라 우리 게임계의 내부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먼저 게임계의 구심점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협회’가 있다 하지만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명 운동에 대한 성과 역시 바닥 민심이 흉흉한 때문이지 특정 집단의 노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점은 업계지를 홍보지로 전락시키면서 대응논리 조차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업계 저널지는 감시와 견제, 비판과 시사점을 찾는데 주력한다. 그런데 비평과 논평을 가하면 아주 싫어한다. 기사로서 가치없는 자료만 주고 이를 양산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어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칼럼이 없고 논객이 없다. 겨우 몇 년차 기자가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초록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제대로 나무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게임중독법’과 같은 게임계를 압박하는 유사 법률이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게임계가 먼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권 뿐 아니라 시민단체 및 문화계 그리고 학계와 의료계등과 친화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게임계가 자세를 낮추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반 게임계 정서가 순화된다. 이 기회에 영업이익률 타령 같은 건 던져 버려야 한다. 또 푼돈 가지고 생색내지 말고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병리적 현상은 다 일으키면서 사회에 대해서는 인색하면 그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

‘게임’도 그 것이지만 게임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제도권의 정서를 게임계가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 것이 다름아닌 ‘게임중독법’이 우리에게 안겨준 큰 교훈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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