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의 한줄기 ... 몰이해서 비롯된 것

새누리당 의원들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의진 법안’이 이래저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로 규정하고 이를 국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신의진 법안’은 여야로 갈라져 싸우던 과거 법안 입법 때와는 달리 소속 상임 위와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출신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등 기묘한 현상을 낳고 있다.

여기에다 여당 황우여 대표는 신의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은 신의원이 현안에 대해 잘못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다.

이를 둘러싼 야당측 사정도 비슷하다. 알만한 의원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데,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일부 민주의원들만 핏대를 올리고 있다. 과거 게임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였던 김한길 대표(전 문화부 장관)가 넋을 빼놓은 채 입을 닫아야 할 처지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신의진 법안’은 신의진 의원이 설명한 것처럼 게임에 대해 결코 손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백번 천번 강조해도 잘못된 법안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 등과 같이 사회악의 축이 되는 것과 함께 세워 놓았다는 점이다.

게임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게임은 이미 대중 속에 숨 쉬는 문화의 한줄기다. 기층세대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게임을 모르면 자녀와 대화하기 조차 힘들다.

젊은 세대들이 즐겨쓰는 아이콘이며, 중년층들에게 낯선 단어들은 모두 게임에서 파생됐다. 대중문화 중심지 홍대 저잣거리의 모습과 간판은 마치 게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아 있다. 게임은 이미 생활 속에 한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신의진 법안’은 역설적으로 두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그 하나는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여당측이 인정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게임은 정치권의 대화 메뉴에 조차 오를 수 없었다. 기껏해야 국감 현장에서나 한두 의원이 게임에 대해 언급하는 게 고작이었다. 말 그대로 변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게임에 대해 상당히 공부한 의원도 있었고, 게임산업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얘기하는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게임과 게임산업에 대해 일찌감치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가 있었어야 옳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현상은 분명한데 이를 덮어 놓은 채 쉬쉬해 왔다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게임이 ‘아이돌 문화’라고 그동안 깎아내려 왔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마당에 당당히 평가받고 싶은 것이 게임업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게임은 지금도 제대로 된 업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분류 체계를 보면 아주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 지경이다. 또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이라곤 인터넷 인프라가 고작이다. 고급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인데도 정부를 향해 당당히 채워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외환위기 속에서 꿋꿋이 정부의 외환 창고를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게임업계다.

그럼에도 한 번도 민낯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어느 한 곳 불러 주지도 않았지만 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신의진 법안’은 그런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역할도 이번 파문으로 끝을 내야 한다.

게임산업은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된 규제로 몸살을 앓아 왔다. 그 틈을 타 경쟁국인 중국은 우리 턱 아래까지 바짝 따라와 있다. 중국, 일본, 영국 등 경쟁국들은 진흥책을 쓰며 달려 들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회만 오히려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 ‘셧다운제’ 시행이 부족해서 이번엔 게임을 사회의 4대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게임업계에 망신을 주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이럴 수 없다. 그렇게 하면 게임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하던 가. 대중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대중문화는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다. 영원한 대중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원리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도 음악도 무용도 영원할 수 없다. 팬들이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게임이 싫다고? 그럼 시장에 그대로 놔둬야 한다. 옥죄고 흔들면 곧 없어질 것 같지만 대중을 기반으로 한 문화는 그렇지가 않다. 그럴수록 더 깊은 음지로 파고드는 게 대중문화의 속성이다.

게임은 반대로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오려 하고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 ‘신의진 법안’이 제동을 걸고 있다. 과연 될법한 일인가. ‘신의진 법안’에 대해 일각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마마님이 만들어낸 법안이 아니냐는 비아냥 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말 세상물정 몰라도 너무 모른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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