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 부정적 기류에 ‘고립무원’
업계 일각 “정치인 한계 드러내” 불신 고조…겸업금지 조항도 복병으로 작용할 듯

게임산업협회를 새롭게 바꿔보겠다며 의욕적으로 협회장직을 수락했던 남경필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에서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최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연설을 통해 게임을 ‘4대 중독’의 하나로 지목하는 등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5선 출신의 국회의원인 남 회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게임인들은 큰 실망감을 보이며 그가 물러나는 것이 게임업계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협회(K-iDEA)는 남경필 회장이 그동안 업계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 왔으며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중도하차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 남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협회명칭 변경과 인식변화 활동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최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남경필 회장에 대한 퇴진 목소리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4대 중독' 발언과 함께 정치인 협회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남 회장의 퇴진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지난 지스타 위기론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게임 규제 움직임에 대응해 남 회장이 직접 국정감사에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남경필 회장은 첫 정치인 게임산업 부문 대표라는 점에서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부터 많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협회의 영향력 강화와 규제 일색인 사회적 인식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 부정적인 면에서는 정치권에 휘둘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의견과 결국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상반되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첫 정치인 협회장’에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지만 회장 취임 9개월 만에 평가는 부정적인 면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 황우여 대표 발언 후 인식 급변
특히 업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남 회장의 현 위치는 예상보다 더 많은 반발심과 혹평으로 위태롭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 회장 취임 이후인 지난 5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분류한 ‘신의진법’을 발의한 데 이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4대 중독’ 발언이 이어지면서 정치인 협회장이 인식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회 명칭을 ‘게임’에서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로 바꾼 것과 ‘지스타’를 재추진하는 등의 결정은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다.
또 업계에서는 남 회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리던 협회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퇴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정부에서 잘못하면 장관이 사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될 것”이라며 “아직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했지만 상황 개선이 전혀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퇴진’이라는 카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강경론은 게임산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정적인 시각에 큰 우려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남 회장의 퇴진 여론에 대해 협회측은 너무 일방적이고 지엽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남 회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중국 정부기관인 신문출판전매집단유한공사와의 MOU 체결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 뿌리박힌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보이콧을 선언했던 ‘지스타’를 다시 준비하고 웹보드게임 자율규제안을 준비하는 등 정부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동시에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내 왔다는 것이다.

특히 남 회장 또한 협회와는 별개로 토론회를 자체적으로 개최해 게임 규제와 관련된 입장을 직접 밝히는 등 기존의 협회장들과 다른 적극적은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남 회장이 최근 직접 황우여 대표의 4대 중독 발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4대 중독에서 게임을 제외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또 그가 이어 국정감사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고 셧다운제 무용론을 여론화시키기는 역할도 했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규제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을 보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남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성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스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로 해외 기업들의 유치에 성공했고, 웹보드게임 규제도 기존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에 가까운 원안에서 개선돼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고쳐졌다는 것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남 회장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도 여러 방법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게임 관련 논란에 대처하고 있는 중”이라며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도 현재 웹보드게임 자율규제와 민간 자율심의기구, 지스타 준비 및 4대 중독 관련 대응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겸직 금지조항 변수
하지만 남 회장의 퇴진운동 움직임과는 별개로 남 회장이 중도에 하차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국회의권 겸직 금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모든 겸직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남 회장의 게임산업협회장직이 겸직 사유에 해당할 경우 내년 2월 14일부터 5월 14일까지 3개월 안에 회장직을 휴직하거나 사직해야 한다.

물론 ‘소급입법에 대한 불가’ 원칙에 따라 현 19대 의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수도 있다. 하지만 남경필 회장 측이 먼저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석 결과에 따라 사퇴의 수순을 밝을 수도 있다.

현재 남 회장은 게임산업협회장 외에도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장, IEF 공동조직위원장, 한·독 의원 친선협회 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남 회장은 최근 겸직 금지법에 대해 “그쪽(국회)에서 그만 하라고 하면 그만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조기 사퇴 가능성을 밝히면서도 “일단 유권해석을 맡겨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게임산업이 직면한 중독 논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도 현재 당면한 중대 사안에 집중한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도 예외 신청을 통한 협회장직 수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협회장직은 기본적으로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에게 예외신청을 하는 방향으로 현재 고려중에 있다”며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아무래도 임기를 다 채우시는 게 협회에도 좋고 업계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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