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특히 주력인 온라인 게임은 모바일 게임과의 혼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던 모바일 게임은 가능성만 높게 평가 받았을 뿐, 실속은 별로 없는, 말 그대로 속빈 강정과 같은 장르로 전락하면서 업계에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의 대세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그런데 1년여 세월을 보내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수요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큰 재미를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모바일 게임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바일 게임사업을 접겠다고 포기 선언을 하는 기업들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어찌됐든 유저들의 게임 니즈는 모바일 게임에 꽂혀 있고, 그 흐름 또한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양수겸장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 추이는 마치 승패 없이 랠리만 계속되는 지루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계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시장이 멍들고 있는 것이다.

한 눈을 판게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다. 한 순간에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변할지 알았겠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충성도 높은 게임은 여전히 재미를 봤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좌불안석에 조삼모사식으로 새로운 사업에 골몰했다. 결국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쳐 버린 꼴이 됐다.

실제로 차기 대작을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는 몇몇 업체에 불과하다. 모두 신기루 같은 모바일 게임시장만 쳐다보고 있다.

춘추 전국 시대와 같은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때아니게 홍역을 겪고 있는 곳은 이 바닥의 성주격인 컴투스와 게임빌이다. 이들은 너도 나도 모바일 게임을 하겠다며 달려든 온라인게임업체들로 인해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면서 개발 일정이 미뤄지고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또 제한된 시장을 놓고 수요잡기 경쟁을 펼쳐야 했다. 요동을 친 건 온라인게임업체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온라인게임업계가 한눈을 팔며 우왕좌왕할 때 꿋꿋하게 한 우물을 판 외국계 온라인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는 나홀로 쾌속 질주했다. 이 회사의 주력작 ‘LOL'은 단순한 게임성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유연성으로 올들어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이같은 ‘LOL'의 강세 조짐은 당분간 멈추지 않고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반적인 전망이고 보면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그동안 얼마나 ’모바일 게임‘에 넋을 잃고 손을 놓고 있었느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온라인게임업계의 일방적 사랑은 수출시장마저 흐려 놓았다.

한국 게임의 수출 단가는 이미 한풀 꺾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때 우리 온라인게임의 빅 마켓이었던 중국시장은 이젠 뚫기 어려워진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대만 태국 베트남 지역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모바일게임은 블루오션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트렌드이자 미래 게임시장의 여는 적자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수두룩하다. 모바일 게임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기업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이 또한 엔터테인먼트산업 특성에 따른 일회성의 결과일 뿐이다. 그런 기업들은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유성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업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침체돼 있는 시장을 먼저 살리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넋을 잃고 쳐다봤던 신기루 같은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일방적인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온라인작을 준비하고, 먹거리가 될 만한 작품을 서둘러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게 해야 온라인 게임시장은 물론, 미래의 모바일 게임시장을 담보하고 살릴 수 있다.

지금처럼 게임업계가 초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그동안 그려온 게임업계의 성상이란 큰 그림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별개의 색이 아니라 동색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의 시선을 이젠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이 흥해야 모바일 게임시장 또한 산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롭게 들려오는 시점이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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