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보드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업계가 정부정책이 부당하다며 규제개혁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내년부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즐기던 포커게임 또는 고스톱 게임 놀이도 마음껏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웹보드 게임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놓이게 됐는지는 차치하고 이로 인해 다른 게임들 조차 정부의 또 다른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동안 이 지면 칼럼을 통해 수차례 지적해 왔지만 웹보드 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 일 뿐이다. 컴퓨터를 통해 포커를 하고 고스톱을 즐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행 게임으로 낙인이 찍힌 것은 이를 악용한 일부 유저들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이를 일부 유저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서비스업체들의 상술이 너무 과했다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과유불급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웹보드 게임을 사행 게임으로 덧칠하고 말았다. 

 웹보드 게임은 마켓으로 치면 미끼 상품이다. 손님을 끌어 들이고 모으는 데 이보다 더 나은 상품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 제품이 미끼 상품에서 주력 상품으로 둔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준다 싶으니까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배팅 금액을 늘리고 쓸데없는 아이템을 만들어 파는 등 이들을 잡아두는 게 다른 게임을 개발하는 일보다 더 큰 일이 됐다. 이게 화근이 됐다. 

 최근 게임다운 게임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쉽게 설명하면 게임업체들이 게임은 팽개치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업데이트 또는 업그레이드란 이름으로 아이템이 난무하고 그 행태는 갈수록 노골적이고 적나라해 지고 있다. 예컨대 괜찮다 싶은 무기들은 그 다음 리뉴얼 때는 반드시 유료 아이템으로 둔갑하거나 사라지고, 해당 무기의 강화 재료를 사라 하는 식이다.

 안타깝고 우려스런 부문은 이같은 사행 움직임이 게임물 등급과는 무관하게 청소년과 아동들이 즐기는 게임에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사이에서 게임의 고전 혹은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A사의 B게임은 폭력적인 내용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전체 이용가 게임으로 서비스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엄청난 과제 수행을 안길 뿐 아니라, 유료 아이템이 많은 곳으로 소문 나 있을 정도다. 

 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행을 이끄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한다. 즉, 유저들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제 수행을 요구해 놓고, 이를 해결해 내지 못할 경우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학계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게임의 폭력성과 중독성도 그 것이지만 사행성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영화계에서는 폭력영화와 성애물을 놓고 어떤 장르가 사회에 더 해악을 미치는 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때가 있었다. 이같은 논란은 영화 심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80~90년대는 성애물을 금기시한 반면 폭력물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했다. 그러나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폭력물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성애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해 졌다. 열린 사회분위기 등 시대적 흐름이 한 몫 한 점도 있지만 폭력물의 결과는 대중을 향하는 데 반해 성애물은 사적인 영역으로 국한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사행 게임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웹보드 게임에 대해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웹보드 게임과 같은 사행 게임 외 더 이상의 게임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 표명에도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다. 

 이런 식의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게임업계는 사행업자들의 집단이란 올가미를 뒤집어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사회 일각에서는 게임을 사행 감독위에서 지휘 관리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아니다. 그 솔루션의 키워드는 게임계가 잘 알고 있다. 웹보드 게임이 사행 게임이 아니라는 정부에 대한 대응 논리에 게임계가 더 충실하는 길이다. 즉, 게임다운 게임을 만드는 일이며, 필요 없는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그래야 게임이 되살아나고 업계가 사는 길이다.

 게임시장에 대한 거품은 이미 걷히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보탬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은 다 치워야 한다. 게임 같지 않는 게임은 이제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돈이 목적이 되고 게임의 머리가 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바다이야기 사태’의 교훈을 통해 충분히 배우지 않았던가.

사행 게임은 안된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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