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도 개성도 없어 보이는데…

최근 성인 유저들을 겨냥한 게임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미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게임성, 속도감을 지닌 이른바 ‘대세’를 이루는 게임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게임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대작이라 불리는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을 살펴보면 화려한 그래픽과 새로운 요소의 도입, 높은 자유도, 혹은 빠른 속도감을 위주로 하는 게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런 작품들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꽤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작품들 사이에서 꿋꿋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이 있다. 아주 그래픽이 화려하지도, 작품만의 개성이 아주 독특하지도 않지만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유저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일까.

 성인층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시간을 적게 들여도 된다는 점이다. 대개 성인 유저들은 직장인인 경우가 많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생업에 투자한다. 여가나 취미생활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렇다보니 10~20대 유저들에 비해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적다. 복잡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게임은 즐기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한 케이스가 바로 포르투나게임즈의 ‘칼리고벨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자동사냥을 게임 내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 얻어내고 있다. 자동사냥은 유저가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 있어도 캐릭터가 알아서 사냥을 하고 아이템을 수집하는 시스템이다. 

 한때, 자동사냥은 매크로라고 불리는 불법 시스템으로 분류되어 업계에서 일종의 사회악과 같은 취급을 받았었다. 현재도 게임 시스템 상에서 제공하지 않는 자동사냥은 불법으로 간주되어 해당 게임의 운영팀으로부터 계정 정지등과 같은 처벌을 받곤 한다.

 하지만 ‘칼리고벨룸’을 비롯한 ‘구미호’ 등 몇몇 게임들이 아예 시스템 내에서 자동사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낮은 유저들에게는 빈축을 샀지만 게임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유저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 편리한 ‘자동사냥’ 공식제공

 이에 따라 자동사냥 역시 발전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자동사냥은 그저 한 자리에서 몬스터가 리젠되면 사냥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칼리고벨룸’의 자동사냥시스템을 살펴보면 체력이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알아서 체력 회복약을 사용하거나 필요한 아이템만 수집하고, 심지어는 파티플레이까지 알아서 해결하는 수준까지 발달했다. 

 유저들은 출근하기 전 클라이언트를 켜 자동 사냥을 걸어놓고, 퇴근을 한 뒤에는 낮에 캐릭터가 모아놓은 아이템과 돈을 확인 한 뒤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계에서 온라인 게임의 시작이라 불릴 수 있던 90년대 중반. 지금의 30~40대들은 당시 게임에 한창 몰두할 수 있었던 10~20대였다. 

 당시의 기술력으로 구현이 가능했던 게임의 난이도는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보다 낮았다. 월드맵의 크기 역시 최근 게임에 비해 많이 작은 편이었다. 전투의 조작도 마찬가지. 당시에는 난이도가 높은 컨트롤이었지만 지금은 정해진 단축키를 번갈아 누르는 정도의 어렵지 않은 조작이 됐다.

 온라인 게임의 난이도는 2000년대 초, 마우스를 사용하게 된 뒤의 온라인 게임까지도 흡사했다. 논타깃팅 액션이 유행을 타기 전의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타깃팅 액션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전투는 쿼터뷰로 캐릭터를 내려다보며 공격해야 할 적을 마우스로 클릭하는 정도의 조작을 필요로 했다. 여기에 스킬이나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면 단축키를 누르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월드맵 역시 그렇게 넓지 않아 유저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세계를 여행하고 필요한 NPC를 잘 찾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세를 이루는 게임들은 점점 컨트롤이 어려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관이 점점 커지면서 플레이어들이 돌아다녀야 할 맵도 점점 넓어졌다. 이런 흐름이 당시 10~20대였던 플레이어들이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온 것이다.

 ‘C9' MMORPG의 경우에는 논타깃팅 액션이 일반화되면서 크로스헤어를 적에게 맞춘 상태에서 공격을 하고 스킬을 쓰며 움직이기 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스턴트 던전이나 레이드에 참가 할때는 스킬을 쓰는 타이밍 등에서 순발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어려운 조작·넓은 월드 ‘밉다’

 또 광활한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가 없어 곤욕스러운 경우가 많다.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적으니 중요 NPC를 제외하곤 어디가 어딘지 일일이 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칼리고벨룸’에서는 복잡한 조작을 배제해 전투의 난이도를 낮추고 자동길찾기 시스템을 도입해 유저들이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유저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초보 유저들을 비롯한 성인 유저들이 애용하고 있다.

 30~40대 이상의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의 특징은 ‘칼리고벨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첫째로 육성에 필요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과, 둘째로 복잡한 시스템을 배제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은 노력으로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고, 어려운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 내 캐시 아이템의 결제 방법도 한 몫을 한다. 최근 게임 내 캐시나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신용카드, 모바일, 등 편리한 결제수단이 다수 등장했다. 때문에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통한 결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상대적으로 사용이 불편한 무통장 입금 방식이 외면 받고 있다.

 이에 따라 30~40대 이상의 유저들보다 10~20대의 어린 유저들의 수가 많은 상황에서 잘 쓰이지 않는 결제방식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무통장입금을 제외시키려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처럼 기대치가 낮은 무통장입금 방식이 작품에 따라 큰 차이가 나며 예상 외로 이용률과 매출액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30~40대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의 경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통장입금의 경우 사용률이 낮을 것이라고 판단해 제공하지 않으려했다”며 “그러나 상용화 이후 첫 지표를 확인하니 무통장입금 이용률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30대를 넘어 40대에서 50대까지가 주요 유저층이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이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통한 게임 요금 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기존에 사용했던 무통장입금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결제 방법도 한 ‘몫’ 

 무통장 입금을 선호하는 경우는 연령층이 높다는 것 이외에 결제 금액도 연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무통장입금은 한 번에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며 “기본적으로 높은 연령층과 하드코어 유저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분 유료화가 자리잡으면서 게임 진행에 효율적인 다양한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려면 자연스럽게 결제 요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별도의 요금 한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무통장입금을 제외한 다른 방식들은 결제 한도가 다소 낮게 책정되어있는 것도 무통장입금을 사용하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이에 따라 성인 유저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게임 업체들은 결제 방식을 고려한 운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결제 방식에는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등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한 결제 유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콘텐츠 제공과 현금 결제를 통한 유저들의 만족감이 제공되어야 성인 유저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더게임스 구지원기자 endimi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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