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6월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게임계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해 온 게임계가 ‘바다이야기’라는 오락실용 게임으로 말미암아 발목이 잡혔다. 이후, 게임은 사행이며 도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게임계가 재기 불가능에 빠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었다. 중국 등 수출시장이었다. 게임계가 내수에서 수출로 눈을 돌리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을 통한 시장 타개책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정부와 사회에서도 게임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당시 정부는 수출 부진과 함께 경기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게임이 수출효자 노릇을 해 주자 태도가 급변해, 부양책을 마련하는 등 진흥 정책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게임계의 두 번째 위기는 2011년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극에 달할 무렵, 다가왔다. 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비난의 화살은 엉뚱하게 게임계로 쏟아졌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부의 태도 역시  게임계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특히 사회 부처인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게임을 지목하며 단죄에 나섰고, 게임을 제어하지 않고선 학교 폭력사태를 잠재울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게임과 게임계에 뒤집어 씌었다.

 그 속박은 나이에 따라 게임하는 시간을 제어하는 이른바 ‘셧다운제’ 도입으로 그 절정에 달하게 된다.
 제도 도입에 앞서 게임계는 실효성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시민단체에선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해 11월에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업계는 몸부림쳤지만 메아리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끝내, 업계에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혼돈의 시대는 이때부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만 해도 업계는 암흑과 같은 위기 상황을 이겨낼 자신감이 있었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국내에선 사양길에 들어선 아케이드 플랫폼 시장에서 빚어진 일이었기에 강 건너 불 보듯 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즉,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는 흉해졌지만 게임계의 신주류인 온라인 게임계에 대한 힐난과 책임 추궁은 아니라는 위안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셧다운제’ 시행과 뒤이은 ‘게임시간 선택제’의 도입은 달랐다. 온라인게임계에 대한 각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와 사회가 또다른 강제적 수단을 도입하거나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 변화는 게임외적인 것으로도 언제든지 게임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불안감을 안겼고, 이로 인한 투자 환경은 극도로 악화됐다. 더욱이 투자처의 발길이 끊김에 따라 게임계의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은 더 심화됐다. 

 되는 게임은 아주 제한됐고 안되는 게임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 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당연한 게 아니냐며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전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 스테디셀러가 존재했고 올드보이 게임들이 제 몫을 해 줬으며 신생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 또한 높았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혼돈의 시대가 절정에 다다른 것은 스티브 잡스에 의해 태동한 스마트폰의 출연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시장이 흔들리고, 기존의 모바일 게임시장마저 수요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한 게임시장과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내일에 대한 지속 가능 여부를 쉽게 측정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트렌드 조차 읽어 볼 새도 없이 판이 바뀌면서 시계가 완전히 가려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대체적인 관측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상황이 빨리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인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계와 같이 인터넷쪽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데이터의 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있고, 소구점 마저 인터넷이냐, 스마트폰이냐고 할 정도로 인터넷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업체들이 쾌재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가능성만 인정받고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인터넷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이 혼조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벤더(광고주)들이 관망 자세를 취하면서 돈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가 산업 원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계의 위기는 내부적 원인과 외부의 개혁요구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빚어졌다면 이번 스마트폰에 의한 게임계의 위기는 불확실성이 내재된 강력한 외부의 힘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임펙트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혜와 결단의 용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예컨대 시류에 영합해 흉내만 내며 따라 갈 것인가. 아니면 주체적으로 내부 변화를 이끌어 위기를 정면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바로 그 것이다. 죽을 각오로 덤벼 지금까지 산업을 이끌어 온 게임계에 또다시 무거운 과제가 던져지고 있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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