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노는(Play)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게 교육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어릴 때 게임을 하면 공부하라고 하고, 어른이 되어 게임을 하면 철이 덜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8~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정말 실-컷 놀며 어린 시절을 풍부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때는 따로 놀기 위해 약속을 할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그냥 또래 친구들이 모이는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가면 무언가 놀이를 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는 사이인지 처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지. 그냥 “엎~었다 뒤집었다~” 한 번이면 편을 가르고 놀이를 시작했었으니까. 이후에 콘솔과 오락실 문화가 태동하지만 이것 역시 모여서 노는 문화였다. 게임기를 가진 친구 집에 3~4명이 모여서 같이 게임을 했었고 오락실 문화 역시 우르르 몰려가서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게임중독이니 스마트폰 중독이니 SNS 중독이니 하는데 그 아이들은 그것밖에 타인과 소통할 수단이 없다. 게임 자체가 마약과 같기 때문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란 이야기다.

사실상 학원이 탁아소가 되어가는 지금, 학원을 그만두고 놀이터에 나가서 놀게 해줄 것이 아니면 게임하는 것을 말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게임 때문에 망가지거나 나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라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위안을 받는다. 하루하루, 아이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처럼 아이들이 병들어 가는 것은 함께 어울리고 즐거워할 친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나마 게임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교감하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장치일 수도 있다. 과거에 술래잡기와 공기놀이가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고 사회성을 기르도록 하는 장치였다면 지금은 게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감과 사회성을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금지시켜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사회성의 결여와 이기주의, 1등 제일주의 등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심각하게 병이 드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내가 접한 아이들도 그러했다. 그들을 매일 접하는 부모들도 아마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그 선명한 이유를 알아채지 못하며, 혹은 부정하며 자신들의 죄책감을 덮어씌울 대상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장님 술래잡기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해져 온다.

김용민 롤출판사 대표 cct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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