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NHN(네이버)을 향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쓴 소리는 시장에서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의 진위는 대기업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부도덕성을 지적한 것이긴 했지만 유독 NHN에는 뼈저리게 박혀 왔고, 이를 놓칠세라 증권가 등 금융권에서는 NHN에 빨간 신호등을 보내는 등 부산을 떨었다.

 NHN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부터 말들이 많았다. 클릭 수가 대폭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스 서비스 형태를 스탠드 방식으로 개편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호없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때부터 시장에선 NHN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상당히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돌았다.

 독점적인 지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NHN을 그대로 방치해 선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정치권의 목소리가 대선 치르는 가운데 나왔다는 소문도 이 때 나왔다. 그러면서 골목 상권까지도 기웃거리고 있는 NHN을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카더라 식의 소문이므로 그렇게 무게를 실고 들을 얘기는 아니지만 이와는 별개로 독과점 폐해에 따른 사회 지도층 일부의 우려는 심각했다.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포털 뉴스의 선정주의가 선을 넘어설 정도로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독과점에 상업주의가 난무하면서 결국 NHN이 문제아로 떠오른 것이다. 노위원장의 얘기를 정리하면 자정 능력을 상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그러한 기능을 되살려야 줘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너무 앞서 갔다.          

 포털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NHN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자정 능력의 결여이다. 거대한 관문이 마치 큰 권력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여론을 동반하지 않을 땐 그 것은 단지 모래위의 성일 뿐이다.

 정부가 웹보드 게임에 대한 게임업계의 자율 운용 방안을 퇴짜 놓은 것은 자정 수준까지를 요구하는 정부의 눈높이를 뻔히 알면서도 임기응변식으로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게임계의 습관적 행태가 끝내 꼬투리로 작용했다.   

 포장에 익숙한 저급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정부와 협상 아닌 협상을 벌였으니 먹혀들 리 만무했다는 게 정부 소식통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문체부는 당초 내놓은 정부 안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큰 어려움을 안겨줄 것으로 보여 진다.   게임업계와 NHN이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은 사회 인식에 대한 비등점이 상당히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들은 부산을 떠는데 자신들은 괜찮다는 식이면 뭔가 크게 빗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란 뜻이다. 

 그나마 NHN은 좀 나은 편이다. 흉내라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그마저도 그런 게 없다고 보면 맞다. 정치권으로 이를 대입시키면 정치적 감각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늘 하는 일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고, 사후 약 방문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위기의식이 실종돼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작은 불씨 하나가 큰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다반사로 빚어진다. 세세한 것 조차 놓쳐선 곤란하다는 게 시장 사람들의 조언이다. 풀잎이 흔들리면 가지를 걱정해야 하고 가지가 떨리면 뿌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호 전 게임산업협회장은 때아니게 불붙은 웹보드게임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손해가 가장 컸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고선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렵사리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어 실행하려 했지만, 그의 실천 혁명은 미완의 극으로 마무리됐다.

 여러 난관에 봉착한 그가 결국 회사를 떠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많은 추측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그가 속해 있는 회사의 주요 주주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이사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혁명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이었던 그가 떠난 이후 게임업계의 자정 노력은 각자 기업의 사안이 됐다.

  결국, 끝내는 셧다운제 등 주홍 글씨를 가슴에 새겨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는 등 타의에 의해 강요되는 삶을 살게 됐다.
 안타까운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NHN은 부랴부랴 몸을 낮추는 등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게임업계는 지금 과연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 저편에서 게임의 사행과 과몰입 그리고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이유로 들어 중국의 판호처럼 쿼터식으로 게임시장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때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나설 셈인가. 설마 하겠지만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NHN이 혹시나 했던 것처럼 말이다.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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