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 흐름이 왜곡되면서 수요가 요동치고 있는데다 규제의 칼날은 갈수록 예리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의 변화와 추이는 판을 예상하지 못할 만큼 마구 널뛰고 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온라인 게임 10여년의 성상이 무색하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모바일 게임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게임계에 일대 혁명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주도권은 이미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그 성지에서 황금궤를 꿰 찼다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지는 연일 만원사례일 정도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 반대편 진영인 온라인 게임계는 거의 한산할 정도다.

 수요가 흔들리고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든 것은 어떻게 보면 온라인게임업계의 자업자득이다. 내수가 실종됐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신경의 끝은 모두 모바일 게임이란 성지에 쏠려 있으니 시장 부양을 위한 처방전이란 게 먹혀들 리 없다. 

 실제로 올 들어 선보인 온라인 게임은 몇 작품 되지 않는다. 그 마저도 구색 맞추기라고 해야 할 정도다. 

 반면 기존 작품의 업데이트는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자료라는 게 업데이트 내용들 뿐이다. 나무는 심지 않고 가지치기만 해서 버텨보겠다는 속셈인데, 그렇다면 그 다음 시즌은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건 플랫폼의 변화와 추이에 대응하는 시도가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죽이는 행위나 같다.

 그런 게임업계가 규제의 칼날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사행성 게임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더욱이 웹보드 게임에 대해서는 산업계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하고 가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결코 새삼스런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숨이 곧 넘어갈 듯 요란을 떠는 것은 어찌 보면 오버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분명히 업계에 뼈아픈 일이 생긴 건 맞다. 그러나 환부를 드러낼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업계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더하기의 셈법에 의하면 손해가 분명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오히려 온통 시장 앞마당을 비워둔 채 모바일 게임이란 성지로 내 달려 가는 게 게임계에 더 큰 손해를 끼치는 패역의 짓이다. 

 온라인게임이 당장 사라질 듯 호들갑을 떠는 이들은 대부분 신진 세대들이다. 이중 막 나가는 이들은 온라인게임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을 잠재우고 대세를 주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히려 양쪽이 양립해서 나갈 것이란 의견이 더 우세하다. 해서 게임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향배는 어찌할 수 없겠지만 시장 우열을 가리는 대립적 관계로는 진화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답은 확실해 진다. 업계가 신조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팡질팡할 게 아니라 미래 비전 마련을 위한 로드맵을 새롭게 완성하고 옷깃을 다시 여미는 등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더 급선무라는 것이다. 

 어느 시골마을 한 청년이 가뭄이 들자 메마른 우물을 덮어 버리고 새 우물을 팠다. 그러나 쉽게 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곳으로 옮겨 땅을 팠다. 그러나 끝내 물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묻어버린 우물을 다시 파내자 물이 솟아 올랐다. 어려울 때 일수록 더 진중하고도 무게 있게 행동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민화의 교훈이다.

  앞마당을 비워두고 성지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앞마당도 지키면서 또 한 마리의 토끼를 잡을 것인가. 그 것은 순전히 업계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해서는 한 마리의 토끼도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