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관점서 상호경쟁 바람직

과거 밥그릇싸움 재연 우려…모바일게임 보는 양 부처 입장 ‘애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맞손을 잡으면서 범정부 차원의 콘텐츠산업육성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과거 정보통신부와 문체부가 게임산업의 헤게모니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겉으로는 협력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밥그릇 싸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문체부와 미래부가 MOU를 체결하고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협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게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체부와 미래부가 손을 맞잡은 것에 대해 자발적인 의지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이 창조경영을 실현할 핵심 과제로 콘텐츠산업 육성을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양 부처가 힘을 합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새롭게 출범한 미래부가 먼저 문체부에 손을 내미는 형태로 이번 협력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협력을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어떤 형태로 무슨 사업을 협력할 것인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탓이다.

장관급에서는 협력을 종용하겠지만 이러한 주문이 말단 실무선으로 내려갈 경우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을 처리할 경우 두 부처의 실무자들이 반발을 하거나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양 부처의 협력사업은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미래부나 문체부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오라가라 하는 등 오히려 귀찮게 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대로 놔두면 알아서 잘 할 수 있는데 이것저것 참견을 하다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정부 눈치만 보며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정통부가 있었던 시절에 게임산업을 놓고 문체부와 심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렇게 될 경우 업체 입장에서는 어느 쪽 편을 들기도 어렵고 눈치만 보다가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문체부와 미래부가 장관끼리만 협력을 논할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일을 처리해 주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단 두 부처 모두 콘텐츠사업의 육성을 위한 공동투자와 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6월 중 콘텐츠 진흥을 위한 계획을 합동으로 발표하는 방안에도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디지털콘텐츠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되면서 미래부에 조금이라도 더 게임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쏠려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문체부와 미래부를 바라보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게임콘텐츠는 문체부가, 모바일콘텐츠는 미래부가 맞는 것으로 업무분장이 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모바일게임업체들이다. 모바일게임업체들은 문체부가 아닌 미래부에 소속을 두기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후 양 부처의 정책이나 규제가 중복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콘텐츠업체 전체에 해당하는 사항이 모바일게임 업체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게임 전체에 해당하는 사항은 모바일게임업체에도 적용이 된다. 모바일게임업체들이 두 부처의 중복영역에 속하는 탓이다.

앞으로 모바일게임산업은 온라인에 이어 무서운 속도록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두 부처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바일게임산업의 육성과 규제를 위해 어떻게 보조를 맞춰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두 부처가 정말로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형식적으로 내세운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더게임스 김병억 기자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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