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조경제가 새 정부의 국정 목표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버무려 융합적인 지식을 창출해 내고, 그에 따라 생성되는 첨단과학기술을 배경으로 부가가치 높은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일궈내자는 정책이다. 

 최근에 새 정부는 향후 국정방향을 모색하며 창조경제의 정의와 개념을 세우기 바쁘고, 향후 정책 운용 방향을 설정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듯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 속담이 있듯이 좀 더 섬세하게 살펴보며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의외의 킬러콘텐츠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창조’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에서 풀어보자면, 신(GOD)이 우주를 처음 만드는 행위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고도의 생산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시대의 창조는 기존 산업에 내재된 기술에 또 다른 기술을 뒤섞어 새로운 결과물을 획득하자는 융합의 문제가 핵심이다. 특히, 산업과 문화의 융합은 그 동안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온 공학적인 상상력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결합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공학에 입문을 녹인다는 것은 새로운 산물을 창출하는 창조적 행위이며, 행위자의 창의력이 발산되는 과정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스토리텔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 시대의 유무형의 산물에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의적인 자산을 생성시키는 행위의 완성도는 스토리텔링으로 높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새 정부가 국정 화두로 내 놓은 창조경제는 스토리텔링기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이란 스토리만 존재하는 기존 문화 산물에 창의적인 발상을 부여하여 새로운 상품으로서의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에서 감초처럼 회자되는 ‘융합’이나 ‘창의성’이나 ‘상상력’ 등과 같은 요소들은 스토리텔링을 수행해 나가기 위한 필수 요건들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는 모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구연동화에서도, 인터넷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광고, TV 등과 같은 각종 디지털매체에서도, 가족의 생일과 같은 일상생활의 파티문화에서도, 놀이공원이나 극장과 같은 테마공간에서도, 축제나 엑스포에서도, 건설산업, 자동차산업, 초호화 유람선을 건조하는 조선업, 우주항공산업 등에서도, 하물며 초등학생들의 수학과목에까지도 스토리텔링 기법은 대거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사회적인 차원에서 볼 때, 스토리텔링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기 짝이 없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한다고 해 놓고, 공학적인 상상력만 주입시킨다면, 반쪽 스토리텔링에 그치고 만다. 음과 양이 어우러지듯이 모든 산물의 스토리텔링은 기술적인 상상력과 인문적인 상상력이 어우러졌을 때야 비로소 새로운 완성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학계는 학계대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학과에서마저도 스토리텔링을 위한 커리큘럼 설계에 인색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는 스토리텔링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 교수진이 부족한 현실도 한몫 거들고 있다. 특히,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중소기업들 역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투자 대비 생산 효율성이 높은 기술분야의 사원 영입을 우선시하고 스토리텔링 분야의 인력들을 보강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고 보니, 경제력이나 단순 노동력보다 인간의 아이디어, 상상력, 지적인 능력이 우선시되는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창조경제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차세대 국가 재정을 살찌울 수 있는 게임산업분야에도 스토리텔링의 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학계의 스토리텔링 인력 양성과 중소 게임업계의 스토리텔러 충원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은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홍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munsar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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