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그가 그렇게 역사의 궤변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부친인 아베 신다로 외상의 지역구인 시모노세키를 물려받아 중의원이 됐다. 한차례 총리를 역임했지만 단명했고 수완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재기에 성공한 것은 순전히 그의 외할아버지의 행적을 벤치마킹한 덕이었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는 A급 전범자임에도 불구, 총리에 오른 기시 노부스케란 인물로,  내치는 형편없었으나 미일 안보동맹을 이끌어냄으로써 외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아베 총리의 최근 과거사 궤변은 어찌 보면 그가 그런 유전자를 타고 났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러한 비뚤어진 역사관을 그대로 지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화적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반문화적 성향이 내면에 감춰져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의식주를 비롯한 체제와 풍습 학문 제도 등을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이를 뒤집거나 그대로 인정치 않는 것이다.

이같은 반문화적 성향의 인물은 상당히 이중적이고 파괴적이어서 보편적인 문화 정서와는 대립하거나 격돌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그 무엇을 잉태하거나 전수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연속성이 없어 문화의 지류로서 평가받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때문인지 백범 김구 선생이 주창한 문화국가론은 아베 총리의 궤변이 이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 크게 메아리쳐 온다. 우리 겨레가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근원이 될 것이라면서 문화입국을 주창한 백범의 말씀은 마치 대한민국이 당당히 세계 속 일원이 되고 또 한편으론 한류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작금의 현상을 예견이라도 한 듯 하다.

미시적 관점에서 이같은 현상을 대비시켜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거나 게임인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문화적 양태로 게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에 반하는 놀이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 가치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게임하면 오로지 사행과 폭력 그리고 중독을 연상한다. 나가서는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는 ‘아이들 놀이’일 뿐이란 울타리에 가둬 놓기를 서슴지 않는다.

이를 종합하면 게임과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게임을 반문화적 행동파들이 즐기는 놀이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시각과 평가라고 반신반의 하겠지만 주류들의 시각은 분명 그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같은 시각과 평가가 점차 사회에 심화되고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이를 알면서도 막으려 하지 않았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약하지만 소수의 게임인들만이 소리를 냈을 뿐 그 외는 해 볼테면 해 봐라는 식으로 눈을 돌렸다.

이같은 대립 양상으로 멍든 곳은 다름 아닌 게임 문화의 선봉에 서 있는 게임 미디어들이다. 문화보다는 금융논리, 시장논리를 앞세운 일부 게임인들로 인해 게임 문화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는 트래픽의 효과와 클릭 수를 맹신하면서 쓰레기 기사들은 넘쳐 나고, 이로 인해 산업은 척박하고 문화는 황폐해 져 갔다. 게임문화 창달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게임 전문지들은 허리가 휠 만큼 살림의 무게가 힘겹다며 아우성이다.

버려지는 기사를 양산하자니 산업의 전도는 어두워지고, 문화를 이끌어 가자니 곤궁에서 벗어날 재간이 없다. 정작 힘을 실어줘야 할 게임계 당사자들은 사회공헌이란 이름으로 눈앞의 식구들은 제쳐 두고 밖을 헤매고 있다.

지난주 모처에서 만난 한 게임인은 게임계엔 논객을 찾아 볼 수 없다며 일갈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논객 뿐인가. 사방을 살펴봐도 게임계 병풍역을 자임하는 우군이 없다. 전선엔 오직 게임인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싸워봤자 백전백패다. 상대진영에선 소수인 게임계의 목소리를 들어주려고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예컨대 게임계엔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게임계가 반문화인의 집합체인가. 하지만 문화를 양산하지 않고 역사를 챙기지 않으면 그렇게 불릴 수밖에 없다. 체제와 인류의 보편적 정서 그리고 산업의 연속성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만이 전부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산업역사를 기록하고 문화를 꽃피우지 않으면 모든 게 공염불이다. 문화의 한 지류에 게임이 합류하기 위해선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문화의 첨병인 게임 전문지를 육성하고 가꿔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그대로 방치 했다가는 게임문화는 말살되고 말 것이다.

아베 총리가 가문의 뛰어난 DNA를 물려받았지만 그의 잇단 발언이 궤변에서 망언으로 까지 불리는 것은 역사의식과  문화적 인식이 결핍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결여됐기 때문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금융시장만 바라보며 비즈니스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한쪽에서만 평가받겠다는 것이고 한쪽과만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다른 한쪽인 제도권의 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오로지 한쪽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게임계의 목소리가 제도권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역사와 문화의 인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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