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로 공식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의 명칭 변경 배경에는 증․가상 현실 및 융․복합추세를 반영하여 게임 산업에만 한정된 소극적 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기 차원이라서 설명했다.

신임 남경필 회장은 “그동안 외부의 비난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거나 타율적인 규제 흐름에 익숙해진 산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정부나 국회의 동력에 끌려가는 일방적이고도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투명하고 유연한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를 지지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이번 명칭 변경이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게임산업진흥법을 만들고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만들어 온 한국 게임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즉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에 대해 협회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이러한 게임산업협회가 ‘게임’을 빼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스스로 게임을 부끄러워하는 게임산업협회 대표를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게임개발자 스스로 ‘우리는 마약제조상’이라는 자조적이며 풍자적인 표현을 통해 협회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라고 하고, 일본은 컴퓨터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CESA: Computer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다. 즉 세계 게임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도 애초부터 게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라는 이름으로 협회를 결성하였다.

그런 배경에는 컴퓨터 게임 외에도 포함시켜야 할 분야를 고려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처음부터 게임산업협회로 결성되었다. 한국에서는 게임산업계 외에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업체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처음 발기인들이 게임산업계를 주축으로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명칭의 변경은 일견 영역의 확대와 이미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러나 남회장은 취임사에서 “게임을 전 국민에게 사랑 받는 산업으로 도약시키자”면서 게임의 역기능은 개선하고 순기능은 적극적으로 알리며 게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로 잡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이것이란 말인가?

게임 중독이란 부정적 비판에 대해 한 번도 정면으로 맞서보지도 않고 회피 노선을 취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연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제대로 된 홍보를 해본 적은 있는가? 역기능에 대해 연구해 본 적은 있는가? 해외의 역기능과 순기능 연구사례를 한국에 알리고자 노력한 적은 있는가? 남회장의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게임산업계를 위해 우선 해야 할 일들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게임은 이제 하나의 대중문화이자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나머지 전체를 합친 것보다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효자 산업이자 미래성장동력산업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를 양립시키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우리나라가 창조경제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늘리기 보다 더 많은 문화의 향유와 놀이가 필요한데, 놀이와 게임을 그저 경박한 놀이로만 인식하는 수준이 한 사람의 게임연구자로서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게임개발자와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자랑스런 문화의 창조자이자 예술인으로 대할 때, 그 업계의 사람들은 책임을 다하고자 더욱 더 노력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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