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모처에서 게임문제를 사회 공론화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메이플스토리’로 이쪽 저쪽에서 사건이 터져 나오던 재작년말 쯤의 일이었다.

당연히 부처의 지시를 받고 작업을 진행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부 과제의 경우 대학에 연구 용역이 맡겨지기도 했다. 이른바 게임의 3대악으로 불리는 폭력성과 중독성 사행성에 대해 게임 내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었고 이를 과학적인 준거에 의해 여론몰이를 해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이같은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연구 용역 결과가 지상에 발표되지도, 언급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산하기관에서는 이같은 용역을 발주한 사실 조차 없다고 발뺌하기 급급했다. 

 뒤에 알려진 얘기로는 연구 용역 결과가 너무나 참담했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연구 실적이 미흡했던 게 아니라 기대했던 내용에 크게 못 미쳤던 것이다. 특히 게임의 중독성과 폭력성이라는 것도 과거 의학계 일부에서 언급한 뇌의 조직이 마약했을 때, 그 것과 약간 비슷하다는 정도였고, 나머지의 연관 관계는 규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게임을 하는 당사자의 주변 환경적인 요인이 게임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사행성 게임의 경우 직접적인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제어할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어 냈다.

 최근 사행성 게임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책에 이어 신임 유진룡 문화장관이 사행성 문제만큼은 어떤 사안과도 바꿀 수 없는 명제라는 점을 강조, 사실상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행이란 우연한 이익을 얻는 행위라고 하지만 요행을 통해 횡재를 꿈꾸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사행의 심리인데, 이는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혹세무민의 한 지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 각국에서도 이 문제를 국가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정부가 사행성 게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사행성 게임으로 인해 전체 게임계가 망가지고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유장관의 경우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목도하면서 사행성으로 인해 업계가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업종이 도태될 수 있는 지를 실감한 처지다. 

 게임 부류에 속하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좀 더 거룩하게 표현하면 캐주얼 게임이나 라이트한 게임 수준에 불과한 ‘바다이야기’란 게임이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은 순전히 사행 덕이었다. 

 전국의 오락장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도시 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바다이야기’ 돌풍이 일었다. 그러나 그같은 ‘바다이야기’ 열풍도 얼마가지 못해 철퇴를 맞았고 산업계는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가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급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사행이 게임의 중심이었고 , 그 것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정부가 웹보드 게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행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도 그것이지만 이로 인한 산업계에 대한 부정적 파급력이다. 그 한 가지는 안주이며 또 한 가지는 산업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손쉬운 웹보드 게임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개발에 주력하지 않게 되고, 웹보드 게임 등 저급한 게임에만 손을 대기 때문에 산업 수준이 오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웹보드 게임의 대중적 전시성 성격에 의해 산업은 곧 ‘게임=도박’이란 오욕의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웹보드 게임에만 매달려 산업 선순환 구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게 정부측의 논리다.

 문제는 이같은 사행성 게임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거나 집요하게 숨어서 사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캐주얼 게임조차 사행에 물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무장한 게임들이 즐비하고 아예 이같은 형태로 게임이 만들어진 작품들이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게 정부측의 인식이다. 

 또 한 가지는 게임의 폭력성과 과몰입은 병리적 현상을 입증할 만한 인과 관계가 분명하지 않지만 사행성 게임은 그대로 현상이 드러나 사회적 파문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측에서 크게 경계하는 것이다.  

 게임계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바로 이점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그런데 아주 일부이지만 여기에 사행 아이템을 줄줄이 달고 있다. 최근 들어선 국내 최대 게임으로 불리며 아이들에게 우상적인 게임으로 불리는 ‘메이플스토리’ 조차 사행 게임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사행성 게임은 아킬레스건이 아니라 산업을 죽이려는 생명 위협선이다. 산업을 지키기 위해선 사행게임을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기업은 단거리 선수라 할 수 있지만 산업은 장거리 선수다. 거기서 간극이 드러난다. 소탐대실하는 사람들이 늘 존재하고 그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게임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게임계에 새 화두가 던져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시장에 대박, 흥행작이 태부족했다면 게임에 너무 많은 사행 아이템을 걸어 뒀거나 게임보다는 게임 아이템 개발에만 길 들여져 온 탓에 개발자들이 제대로 게임을 개발하지 못한 게 아니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정말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이 예술로 불리워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저 오락일 뿐이다. 돈과 예술은 가까울 수 없다. 사행이란 껍데기를 이젠 버릴 때가 됐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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