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의 판도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여년의 풍상 길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온라인 게임시장은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대체상품 정도로 평가를 받아온 모바일 게임시장이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잘 나가는 모바일 게임업체는 메이저급에 버금간다. 이 곳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려온 온 컴투스 게임빌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매출 규모 등 외형 뿐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말 그대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세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모바일 게임업계는 게임빌 컴투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아직 세를 형성했다고 할 순 없지만 요즘 나름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몇몇 업체들이 이들을 뒤쫒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의 기업명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마치 설익은 과일과 같아서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 규모를 갖췄다 하지만 엉성하고,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과연 꾸준한 캐시카우가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좀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과 추세를 보면 이들이 모바일 게임시장을 이끌고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컴투스 게임빌의 그것과 아주 유사하다. 온통 예측 불가능함 속에서 오로지 미래를 내다보며 시장을 이끌어 온 게임빌 컴투스의 석세스 스토리는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당시 모바일 게임에 대한 시장 평가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왜 온라인게임을 하지 모바일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문전에서 면박주기 일쑤였다.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그때마다 이를 악물며 다짐했다. 반드시 시장에서 평가받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그는 그 이후 10개의 성상을 쌓기도 전에 보란 듯이 기업을 공개했다.  

 박지영 사장은 여성이란 핸디캡까지 안고 있었다. 컴투스가 시장 입문 당시 여성CEO는  김양신 전 JCE 대표, 정영희 소프트맥스 대표가 고작이던 시절이었다. 거기에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덤벼들었으니 금융쪽 반응이 좋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박사장은 야무지게 해 냈다. 작품 론칭 때마다 늘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렸지만 그녀는 거뜬히 해 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반드시 해 내겠다는 일념뿐 아니라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소명 의식이 투철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사람은 경쟁자이자 동지였고 모바일 게임산업의 선각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거목의 그늘은 컸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면서 시장은 사실상 양두체제로 굳어졌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를 다시 보면 두 사람의 구도자적 정신이 얼마나 투철했느냐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두 사람이 발디딜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도전의식을 가지고 덤빈 차세대 주자가 없었고 시장파이 또한 그만큼 크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이 굳어진 시장판은 오픈마켓이 열리면서 비로소 깨졌다. 또 파이가 갑자기 커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시장에 쏟아진 작품 수는 헤아리기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거기에다 온라인게임업체까지 가세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졸지에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재 모바일 게임업계의 판도를 보면 게임빌 컴투스가 주도하고 차세대 게임기업군이란 평가를 받는 몇몇 업체들이 이를 따르는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컴투스 게임빌을 뒤쫒는 이들 기업들의 정체성과 기업 정신이다. 

 과연 이들이 컴투스 게임빌 만큼 산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구도자적 정신을 갖고 기업을 일구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당수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시장에서 쓸어 담기만 하지 투자와 분배에는 인색하다고 이들을 깎아 내리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하는 짓이 온라인 게임 역사에서 사실상 최악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A기업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고 폄하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또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게 역사의 진리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인지 윤회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게 인생사이자 역사이자 삶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이다. 게임빌 컴투스가 승승장구한 것은 내일을 내다보는 꿈을 가졌지만 소명의식을 통해 아래도 세세히 살펴 왔기 때문이다. 차세대 모바일게임 기업군에 속하는 몇몇 기업들에 대한 세간의 저평가는 그런 측면에서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과연 이들이 모바일 게임산업을 제대로 이끌며 포스트 컴투스 게임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까닭은 그들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의 진원지가 생각보다 크고 넓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잎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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