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게임계를 이끌 '컨트롤 타워' 실종
[커버스토리]게임계를 이끌 '컨트롤 타워' 실종
  • 편집부
  • 승인 2013.04.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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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난국을 타개해 나갈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업계를 대표하는 기구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을 협회장으로 추대할 만큼 내부의 추진력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번에 게임업계가 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난국을 타개해 나가지 못한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업계의 구심점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죽 내부에 추진동력이 없었으면 외부에서 협회장을 영입해 올 수밖에 없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이 위기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사분오열 협회론 역부족

게임업계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최근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게임등급분류 민간이양 사업의 백지화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동안 등급분류업무수탁기관을 만들어 보겠다던 게임문화재단이 최근 게임산업협회와의 협의 끝에 이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게임문화재단이 정부에서 바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협회차원에서 이를 보완키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향후 3년간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같은 운영자금을 마련키 위해 문화재단에 대한 추가 출연 등을 검토했지만 각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청소년게임에 대한 자율등급심의기구 출범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게임계는 안팎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한 관계자는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게임등급분류에 대한 권리를 갖는 대신 이에 대한 비용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 자체 역량 강화가 우선

상황이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게임산업협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협회의 운영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멘 협회장이 적당히 시간만 보내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출범한 협회는 김범수 NHN글로벌대표를 첫 회장으로 선출한 이후 5기 최관호 회장까지 업체별로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아왔다. 이렇다 보니 떠밀리다시피 회장 자리를 맡는 경우가 많아 임기 동안 큰 사고가 없도록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무언가 일을 추진해 보려고 하면 여기저기에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일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이렇다 보니 협회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면 그동안 셧다운제 등 규제의 실시에 앞서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가 됐어야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게임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손인춘법’으로 논란이 있었을 때도 남궁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대의견과 함께 ‘지스타’ 불참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 협회측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남궁 대표의 의견에 상당수의 게임업체 대표들이 동조하기 이전에 협회측에서 먼저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새로운 협회장으로 추대된 것과 관련해서도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가 게임계를 이끌어갈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남 회장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남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 그동안 정치권과 연계가 없었던 게임계가 강력한 창구를 마련하게 된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남 회장도 임기 내 목표로 ▲ 법과 규제가 최후의 수단이 되는 업계의 자율 ▲ 게임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을 널리 알리고 강화해 인식개선 ▲ 창조 경제의 핵심 산업의 게임의 성장을 꼽았다. 그가 내세운 사업목표들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게임계도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남 회장의 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그가 게임계의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외부인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서서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민감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치인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는데 그가 적극적으로 게임계의 손을 들어줄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협회장 누가 되느냐의 문제를 떠나 이번 기회에 게임업체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협회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협회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며 업계를 이끌어 가야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협회가 보다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의 오너나 CEO가 협회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실어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사회가 열려도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외협력을 맡는 임원들이 참석해 무게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우선 대표들이 직접 이사회에 참석해 현안들을 논의하고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또 각 업체들의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가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운영위원회가 각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 하면서 업계 전체를 위한 논의들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협회는 사무국 중심의 정책이나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운영위원회 중심의 기형적인 운영부터 손을 대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운영위 중심의 운영이다 보니 업계를 대변하기에도 부족하고, 협회가 가진 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에 각 회원사 대표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그들이 한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 주요 업체 오너들 제 목소리 내야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주요 게임업체의 오너들이 직접 나서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이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협회장 자리에 정치인이 자리잡자 이같은 의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는 그동안 게임업계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구심점이 없어 모래알과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회가 아니더라도 주요 업체 오너들이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체 한 대표는 “그동안 게임계는 일명 대박을 치면 대표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수익만 내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를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던 오너들이 직접 나선다면 분명 많은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향력 있는 오너들이 직접 정부와 정치권을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적극성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뒷전에 물러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과감히 현안을 논의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서로 주고받는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협회와 주요 업체 오너로 구성된 두 개의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가동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더 크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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