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침체 현상이 게임계에도 미치는 듯 업계가 수요 부침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이 잠정 집계한 올 1분기 실적을 살펴 보면 업계의 속타는 마음이 어느 정도 인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이 경기 침체 때문인지, 아니면 게임계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 할 순 없지만, 불황엔 엔터테인먼트주가 뜬다는 그동안의 통설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계 내부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일시적 부침 현상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호들갑인 것은,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때문으로 보여진다. 이를테면 수요 곡선이 과거에는 일시적이고 단기간에 요동을 친 반면 지난 하반기 이후부터는 수직으로 가라앉아 회복되는 기미 또한 아주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발 및 투자 유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시장에 대한 건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게임 산업에 대해 계속적인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 배경으로 게임계의 외부 요인보다 산업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과거와 매우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행정 규제 조치와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은 반면 최근 들어서는 구체적인 사례 즉, 해당 기업의 한해 투자 계획 및 개발 프레임을 통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거나 그해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식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게임계의 구조적인 문제점 보다는 해당  기업의 현안으로 시각을 좁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인데,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그만큼 게임계가 제도권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그냥 슬그머니 넘어갈 사안이 제동이 걸리고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제도권에서 게임계의 행태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도 된다. 최근 게임계의 비상경영 움직임에 대해 제도권에서 일정한 선을 그으며 게임계가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정도는 아닌데 괜한 엄살을 떨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계가 제도권의 눈높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너무 앞서 가거나 또는 뒷북을 치는 등의 패착을 거듭한 데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경우가 허다하다. 

 내수와 밀접한 시장 수요가 왜곡됐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정곡점에 이르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정곡점은 큰 의미가 없다. 그 것은 오히려 시장이 안정적이다는 의미로도 풀어 쓸 수 있다. 그럼에도 혼자 몸부림치듯 아우성이다. 시장 경기는 동쪽으로 가고 있는데 게임계만 서쪽으로 달려가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전략 전술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서투른 자신들의 모습이 그대로 세상에 노정되거나 노출되고 있는데도 본인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제도권에서 한마디 하면 오로지 뒤로 숨기 급급하다.      

 그나마 흉내를 낸다는 상장 기업들의 태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문제점만 들추지 않으면 그만이다. 말 그대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동지애란 의식은 눈꼽만큼도 존재하지도, 남아 있지도 않다. 산업이 벼랑 끝으로 굴러가는 데도 그 어느 누구 한사람 달려가 줄을 잡아당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줄이 자신의 생명줄인 줄 모르고 방기하거나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끝내는 그게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죌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는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어쩌면 그렇게 세상과 담을 쌓는 데는 한결같이 빼닮아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측 관계자 뿐 아니라 금융가 애널리스트들이 말하는 게임계에 대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다름 아닌 소통의 문제였다. 

 대화 채널을 찾을 수 없고 존재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곳이 다름 아닌 게임계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사행성과 폭력성 중독성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점도 게임계가 진지한 접근 방식을 통해 풀어 갔으면 벌써 종지부를 찍었을 사안이라는 게 학계와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기업 각자가 풀려 했고 각자의 언어 방식으로 제도권과 소통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더 확대 재생산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바로 돌아서면 알 내용을 감추거나 덮기 위해 몸부림칠 일이 아니다. 경기가 호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계가 우려할 만한 불황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우왕좌왕 하기보다는 제도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익히는 게 급선무다. 

  때아닌 인터넷 기업이라는 이름아래 제도권의 법도를 따르지 않고 제도권의 상식과 규범을 일정 거리에 두고 경영해 온 게임계의 상도가 세상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뼈아픈 소통의 부재를 불러온 셈이다. 
 시장은 게임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이끌고 게임인이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시장에 게임만 존재했을 뿐이다.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제도권과 세상 사람들이 특히 거북하게 느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허수아비만 세워놓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혼자 몸부림친다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먼저 제도권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 경기 회복은 그 다음의 문제다.  

[모인 건국대 겸임교수/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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