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빛 발하는 ‘준비된 CEO’

지난 1년 동안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은 부러움과 함께 질시의 대상이었던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오진호 라이엇게임즈 아시아대표가 바로 그런 인물일 것이다.

지난 2011년 하반기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한 그는 그해 말 ‘리그오브레전드’를 론칭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예전에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대표를 맡은 적이 있었지만 특별한 이슈를 몰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런데 신생업체인 라이엇게임즈의 아시아대표를 맡으면서 그는 한순간에 화려한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오 대표의 라이엇게임즈 생활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국 본사에서는 한국을 e스포츠의 메카라고 생각하고 신생 지사를 이끌어줄 리더십 있고 경험 많은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미 상반기에 운영, 마케팅, 사업 관련 책임자급을 인선을 마무리 지은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수장 임명이란 가장 중요한 숙제를 남겨두고 있었다.

라이엇이 심사숙고 끝에 영입한 사람은 바로 오 대표였다. 그는 옥션과 블리자드에서 핵심참모와 CEO를 역임하면서 글로벌 경영감각을 익혔고 직원들과의 친화력, 시장을 내다보는 통찰력 등으로 호평을 얻고 있었다. 

 오 대표는 취임 당시 “라이엇의 ‘LOL’은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검증된 최고의 게임”이라며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했던 국내 게이머들에게 이를 소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6개월 후 그는 ‘LOL’을 론칭하며 단숨에 최고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 됐다.  

# 흔들림 없는 원칙 

 오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게임 업계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품의 연내 서비스와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제반 작업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LOL’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며 괴력을 발휘했다. 특히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으며 국민 AOS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이 작품은 AOS라는 비교적 높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기상 부문을 차지하는 등 최고 인기게임 반열에 올라있다. ‘디아블로3’ ‘블레이드&소울’등 대작에 잠시 순위를 내줬지만 현재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나타내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 대표는 “시장 1위라는 부분은, 정말 우리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성과인 것 같다” 며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아시다시피 1위 기업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플레이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에 아직도 노력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바로 이러한 경영철학으로 인해 그는 게임업계로부터 많은 질시를 당하고 있다. 우리 게임계는 어떻게 해서든 유저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뽑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유저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저에 대한 사랑은 유저들로부터 더 큰 사랑이 되어 되돌아 왔다. ‘LOL’은 지난 해 7월 PC방 순위 1위로 올라선 이후 3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 대표는 “지금 이와 같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탄탄하고 전략적인 게임성이 가장 큰 바탕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플레이어와 공감하는 이벤트들, 그리고 PC방에서의 게임 재미 및 E스포츠로서의 보는 재미 등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LOL’의 탄탄한 게임성외에도 오 대표의 경영철학이 결정적으로 작품 성공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플레이어가 중심이다’란 독특한 마인드를 내비치며 국내 업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내 서비스에 있어서 항상 플레이어들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한국 플레이어들과 공감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라는 부분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이 때문에 한국형 챔피언 ‘아리’도 탄생한 것이며 1주년을 맞아서도 플레이어들에 대한 특별한 선물로 ‘신바람 탈 샤코’ 스킨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은 유저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철학이 묻어 있는 것이다. 

# 사회와도 함께 간다

 이같은 경영방식은 본사의 이념이기도 했지만 오 대표는 이런 특성을 한 단계 발전시켜 국내 정서에 맞게 탈바꿈 시켰다. 그 일환으로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추석 등 한국적인 시즌 이벤트라든지 한국의 뛰어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환원 활동 등을 진행해 국내 유저들에게 ‘라이엇은 뭔가 다른 회사’란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국형 챔피언’ 아리의 탄생과 이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지를 위해 문화재청과 협약을 진행했을 당시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LOL’의 이같은 성공은 작품 하나로 그치지 않고 e스포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던 e스포츠에 새로운 붐을 일으킨 것이다.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LOL’은 정규리그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LOL 스프링 2012’ ‘LOL 섬머 2012’ 등 두 대회 결승에는 각각 8000명, 1만 1000명 이상의 관객들이 찾아오면서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 지난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은 ‘롤드컵’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오 대표 역시 ‘LOL’이 롱런하기 위해선 e스포츠와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보는 재미를 위한 e스포츠를 넘어 모든 것이 유저 만족과 즐거움을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올 해 한국에서는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든 플레이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도입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e스포츠는 그야말로 플레이어들이 함께 즐기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문화이고 콘텐츠라 생각한다”며 “본사 또한 e스포츠에 대해 큰 열정과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미 많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변함없는 모습으로 정진

 지난 해 말 1주년을 넘긴 ‘LOL’은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더욱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1위 자리를 꿰찼던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소울’ 등이 큰 격차로 뒤떨어지는 등 상당기간 ‘LOL’의 아성을 무너뜨릴 경쟁자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LOL’의 이같은 인기를 두고 꾸준한 업데이트와 한국형 맞춤 서비스가 주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론칭 당시 89명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14일 기준 111명의 챔피언을 보유하며 1년 사이 19명의 신규 캐릭터를 업데이트했다. 특히 전략성이 강한 장르 특성상 신규 챔피언의 꾸준한 유입은 자칫 전략 고착화로 갈 수 있는 게임성에 계속 자극을 주고 있다.

 오 대표는 라이엇의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 회사의 목표는 늘 ‘플레이어를 중심에 두고’ ‘플레이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게임업체’가 되는 것”이라며 “콘텐츠 개발부터 서비스, 사회환원 활동과 e스포츠 등 각종 영역에 있어서도 이 목표를 위해 변함없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사 설립이후 지금까지 행보를 두고 참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오 대표는 “무엇보다 정말 상상치도 못했을 정도로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아, 매일 스스로 놀라고 또 감사한 마음”이라며 “언제나 ‘플레이어를 중심에 두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늘 플레이어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프로필>

현 라이엇게임즈 아시아 대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동남아시아 대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장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마케팅 상무
옥션 전략기획 실장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kcr8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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