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어찌 보면 정중동인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마치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아케이드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바뀔 때, 그 때를 연상하는 듯 이젠 무대의 조명을 모바일 게임으로 넘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쪽저쪽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데이터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등급 심의를 받은 작품수를 보면 거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분의2가 감소한 수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게임계가 관망 수준이 아니라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시장의 파이가 갑자기 크게 줄어든 것도, 그렇다고 판이 뒤집어진 것도 아닌데 왜들 호들갑이냐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이 스마트 폰의 위력과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작년에 비해 시장 둔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도 악재로 꼽을 수 있다. 이와함께 정부의 게임 규제책이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 점은 뼈아픈 일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을 떨며 우왕좌왕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대세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그동안 가능성만 타진해 온 모바일 게임시장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면서 비로소 개황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확실하다. 요즘 게임시장에서 된다는 게임은 모두 모바일 게임이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강 건너 불보 듯 장탄식만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란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모바일 게임은 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실례로 1년 넘게 줄기차게 패권을 쥔 모바일 게임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3개월 천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모바일 게임계다. 치열한 만큼 생명력 또한 짧다는 뜻이다.

 둘째로는 과거 온라인 게임이 아케이드 게임을 퇴출시켰을 때와는 게임 풍토가 확연히 다를 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만을 앞세운 시장 주도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대안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게임은 서로 경쟁하는 게임 장르가 아니라 서로 보완적 관계를 갖는 양립적 게임 장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확대 해석하면 게임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란 예측이 가능한데, 상당수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론 정부 정책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적 경제론을 강조하면서 콘텐츠의 긴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콘텐츠 산업에 밝은 유진룡 장관을 내각에 세웠고 청와대엔 모철민 전 문화부 차관을 문화수석에 임명했다. 이는 게임 정책이 크게 변화할 것이란 박근혜 정부의 신호이자 구체적 언급이다. 따라서 게임산업계, 특히 게임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게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근의 위축된 시장 상황은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기 보다는 게임계가 스스로 불러들인 자가당착적 상황이라고 밖에 언급할 수 없다. 이를테면 스스로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이유로 자신을 들볶는 셈인데, 그렇게 유유자적할 시간과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게임계, 구체적으로 말하면 온라인 게임계는 그동안 게임 개발 보다는 게임 아이템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고 봐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변변한 작품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해 주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대처해 나갈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메이저를 비롯한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반기 예산은 커녕 분기 예산조차 확정치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같다 할 것이다.

  모바일 게임들의 잇단 시장 진입 성공은 온라인 게임계의 악재가 아니라 호재다. 예컨대 시장 파이를 더 키울 수 있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데도 나름의 역할을 할 게 확실하다. 또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벤처 붐의 진원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게임계가 빨리 자신감을 되찾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호들갑은 바로 자신감의 결여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그리고 정작 장고에 들어가야 할 당사자는 온라인 게임업계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업계가 아닐까. 시장 환경이 더욱 치열하게 바뀌고 있는데다 새로운 게임 소재 발굴 또한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씩 정비를 해 출발선에 다시 서야 한다. 작금의 게임계의 모습은 안팎에서 게임 콘텐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혼자 집안 구석에 처박힌 채 안절부절하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뿐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하지 않을까.  호들갑 스런 모습은 아니다.

[모인 편집국장/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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