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커지는데 경쟁은 더욱 ‘치열’

신작 온라인게임 흥행시장서 줄줄이 ‘낙마’…격랑 넘어서면 ‘기회의 땅’ 올까 ‘조마조마’

게임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양적으로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환경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게임 산업이 매출 10조원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앞이 안보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중소게임회사나 스타트업들이 대형 게임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데 반해 일부 인기작에 대한 쏠림 현상이 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하다는 의미다. 온라인 게임 개발 비용은 수백억이 소요되고 모바일 게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셧다운제 등 규제에 발목 잡히고 있고 해외에서는 중국의 추격으로 수출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더게임스는 창간을 맞아 격변기의 게임산업을 분석하고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전문가들은 지금의 게임시장을 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 속에는 분명 기회도 함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또 다른 성장과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요즘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느냐 모바일 게임 개발로 전환해 작은 수익으로 여러번 내느냐 고민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그동안 블루오션이라 여겨졌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한바탕 피튀기는 전장이 될 것이 확실시됐다. 온라인 게임 시장은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등의 외산 게임의 공습으로 방향타를 잃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블레이드앤소울’만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지켰을 뿐 다른 온라인 게임은 잠잠했다. 공개된 작품마다 서비스 초기에만 반짝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 심화되는 양극화

지난해 하반기부터 라이엇게임즈(대표 오진호)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사용시간 점유율이 30%대를 웃돌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절정기 때보다 소위 ‘잘나가는’ 작품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상용화에 돌입한 온라인 게임 중 10위권 이내에 포함된 신작은 넥슨(대표 서민)의 ‘피파온라인3’와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의 ‘아키에이지’ 등 2개 작품에 그치고 있다. 국내 자체 개발 신작으로 따진다면 ‘아키에이지’ 하나만 남는 상황이 된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 시장이 신작들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어 선뜻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서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온라인 게임 개발 비용이 수백억원대에 이르고 성공에 대한 확신 조차 들지 않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게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업계 매출을 살펴봐도 구름만 잔뜩 낀 형국이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제외하고 CJEE&M과 네오위즈게임즈, NHN은 부진의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이같은 실적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히 하락하면서 15만원대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도 2월 말부터 2만원 이하로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도 2011년 10월 3만 37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1만원대 초반에서 방어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확고한 지적 재산권의 보유 여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2’ 등 다수의 자체 개발작을 성공의 대열에 합류시켜왔다.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피파온라인2’와 ‘크로스파이어’ 등 다른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수익창출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지게 됐다.

# 중국 등 경쟁국 ‘일취월장’

해외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게임은 높은 퀄리티와 낮은 가격대로 중저가 게임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중국 게임 개발 실력이 발전하고 있어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예전엔 내수 목적의 게임 개발에 나섰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최근 저렴한 가격과 퀄리티 높은 기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많다”며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웹게임 시장은 이미 중국에 기대는 상황이 왔다. 국내에 선보이는 대부분의 웹게임은 중국산 게임이 대부분이다. 그래픽 수준도 점점 높아져 최근에는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게임들도 속속들이 서비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 모바일 게임이 국내 시장을 크게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분기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25% 커졌다.
중국 내 스마트 기기가 확산되면서 모바일 게임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도 웹게임 개발회사들이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게임회사들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여러 각도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 갔다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웹게임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모바일 게임에 대한 개발로 진로를 틀고 있다”며 “특히 한국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 절망 끝엔 희망이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 웹보드게임 규제 강화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웹보드게임 규제 강화 안은 부진을 겪고 있는 메이저 업체들의 매출 하락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매출 하락은 일자리 감소와 게임 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 등 게임 규제는 중소게임회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수천만원에서 억단위에 이르는 시설비용이 중소게임회사 입장에서 만만치 않다. 또 이같은 게임 규제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게 돼 향후 인재 양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 시장과 닮아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참신한 장르의 포화상태와 높은 퀄리티를 요구하는 유저들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비용이 상승하게 됐다. 모바일 게임도 캐주얼 게임에서 미드코어로 넘어가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또 모바일 게임 시장이 구글이나 애플, 카카오톡 등 플랫폼 위주로 재편되면서 게임개발업체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개발사들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업체에 30% 가량의 수수료를 넘기고 카카오톡에 수익의 30%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모바일 게임회사가 갖는 규모는 수익의 30~40% 밖에 되지 않는다. 수십억을 벌지 않는 이상 차기작 개발의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익구조는 개발회사 입장에서 모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참신한 작품을 내놓기 보다 베끼기 수준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의 분야별 인력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도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자금력과 규모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한 메이저 업체들에 많은 구직자들이 몰리는 반면 중소업체는 인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왜곡된 게임업계의 인력구조 탓에 애써 기른 경력자들도 경험이 쌓이며 메이저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픽 분야는 넘쳐나지만 프로그래밍 파트는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 5~6년차 게임 개발자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에 대한 자기 역량을 확보한 5~6년차 게임 개발자 찾기가 어렵다”며 “특히 기획과 프로그래머 분야에서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도 PC패키지 게임이 주류를 이뤘을 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한 업체는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또 수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새롭게 탄생하면서 10여년 이상 신시장을 개척해 왔다. 지금도 온라인게임업체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업체들에게는 기회라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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