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모두 퇴출’ 위기감 고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분위기 급속 냉각…모바일시장 확대로 파이마저 빼앗겨

온라인게임업계가 그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시장 경쟁과 모바일게임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곳곳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뾰족한 묘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도 땅에 떨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계가 ‘이대로 가다간 다 망한다’는 위기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임산업 규모가 10조원대로 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규제와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 게임 개발 비용 증가,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해 온라인 게임업계의 위기감은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카카오 게임하기’ 서비스의 등장으로 게임시장 트렌드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게임업체들은 장기 프로젝트보다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서며 단발성 투자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주도권 빼앗길 가능성

온라인 게임 개발을 해왔던 A 중소게임회사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개발 인력 구성에 나섰다. 올해 2~3개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온라인 게임 제작도 병행할 방침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높은 개발 비용과 장시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해 리스크가 크다. 반면 모바일 게임의 경우 개발 비용은 1억원 정도인데다 제작 기간이 1년도 안 걸려 리스크가 작다. 게다가 최근 모바일 게임으로 일매출 3억원 이상을 버는 등 일부 회사가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어 온라인 게임 개발보다 매력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개발 비용이 100억원 이상 들고 개발 기간이 3~4년 걸리는데 그동안 선보인 온라인 게임 신작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아 선뜻 게임 개발에 나서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단기적인 플랜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서 회사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개발 비용 규모의 차이로 인해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게임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어려워지자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해 이같은 전략을 내세워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 위기를 겪는 요인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의 확대를 꼽고 있다. 스마트디바이스의 확산으로 모바일 게임의 시장 지배력은 점점 넓어졌다. 지난 2011년 ‘룰더스카이’ ‘타이니팜’ 등은 모바일 게임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여기에 지난해 카카오톡 게임서비스는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서게 돼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모바일 게임이 성공하면 온라인 게임에 비해 상당히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게임이 장기적인 개발을 필요로 한다면 모바일 게임 개발은 단기적인 승부를 볼 수 있어 유동적인 사업 플랜을 짤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글로벌 경쟁 ‘점입가경’

중소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 개발 비용으로 최소 100억원 이상 필요한 반면 모바일 게임은 1억원 내외면 개발할 수 있다”며 “카카오톡과 연계되면 일매출 3억원 게임들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바일 게임은 게임성이 뛰어나지 않아도 수익모델 설계만 잘해도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게 매력”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캐주얼 장르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년 콘텐츠산업 전망’을 살펴보면 모바일 게임들의 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되고 단말기 성능이 향상돼 웬만한 수준의 캐주얼 게임은 모바일 게임으로 즐기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플레이 시간이 길지 않은 캐주얼 게임의 속성과 스마트폰의 휴대성 역시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확산은 웹게임 시장도 위축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게임 유저와 모바일 게임 유저는 분명히 구분돼왔지만 최근에 분위기가 바뀐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웹게임 시장의 포화 현상도 지적했다. 지난해 다수의 웹게임이 공개되고 비슷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정한 유저풀을 대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것도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등장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지난 해 장기간 PC방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여기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도 국내시장을 강타한 바 있다. 여기에 값싸면서도 퀄리티가 좋아진 중국산 게임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국산 게임을 해외에 수출하는 일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예전에는 ‘메이드인코리아’ 한마디면 손쉽게 퍼블리셔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산, 일본산 게임들과 경쟁을 하느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금력과 노하우에서 대기업에 비해 한참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게임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 어깨를 짓누르는 각종 규제 

국내 게임산업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업계가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연이은 규제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규제 홍수라 일컬어질 만큼 각종 규제가 게임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를 실시했으며 올해 웹보드게임 규제안에 대한 마무리 작업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주민등록번호 전면수집 금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을 시행했다. 이같은 규제는 중소게임업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또 모바일게임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소비가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게임업계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글로벌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일본 등 게임선진국들의 파상공세가 더욱 강력해 지고 있다. 여기에 후발국이었던 중국의 거센 추격도 우리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마케팅 규모를 축소하고 차기작 개발 지연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차기작 개발 지연은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시설비용 부담에 대한 볼멘소리가 높다. 강제적 셧다운제, 게임시간선택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시스템 구축 비용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단위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 실시된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실시했는데  억단위의 비용이 들었다”며 “셧다운제에 이어 계속된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종 인증 시스템에 대해 중소 업체를 위한 지원이 없어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8월 중순 시행된 이후 6개월 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최근 본격 적용됐다.

웹보드 게임 규제 강화 법안은 메이저 업체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웹보드 게임 법안 시정권고 기준을 행정예고하고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위한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이에대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웹보드 게임 시장을 위축시킬 뿐만 풍선효과로 인해 불법 웹보드 게임 시장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웹보드 게임 매출이 높은 NHN, 네오위즈게임즈, CJE&M, 엠게임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이들 업체의 게임 매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나온 규제안인 만큼 이들 업체에 대한 피해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들 업체의 내년도 부진 탈출 가능성도 장담 못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매출 피해로 인해 국내 게임 산업 지형이 다시 한 번 바뀌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 지형이 삼각형 구조일 때 가장 안정적인데 이번 규제로 인해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제외하고 허리가 없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국내 합법적인 웹보드 게임 운영을 해온 업체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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