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가 늑장 대응한 협회측의 입장 표명으로 남궁 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발언에 대한 감정을 일단 정리했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가 않았다. 

 제 일성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쪽에서 나왔다. 드러내 놓고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지만 남궁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좀더 정확한 표현을 빌면 눈살을 심하게 찌푸렸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관가 주변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황당하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전시회인데, 그 밥그릇을 엎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지적이었다.

 국회는 더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게임계를 싸잡아 비난하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 게임계가 국회의 의정 활동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괘씸타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면서 또 한번 그러면 정말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으름장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게임계의 세상 눈높이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게임계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임계의 90% 이상이 남궁 대표의 발언에 용기 있는 소신 발언이라고 한 반면, 세상 사람들은 자해 행위가 아니냐며 그의 발언에 대한 속 뜻과는 관계없이 의미를 깎아 내린다.  

 게임계와 사회의 온도 차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도움 없이 성장해 온 게임계의 사회에 대한 피해 의식은 상대적으로 크다. 해 준 것 없이 콩놔라 팥놔라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집단이 우리라는 게 게임계의 입장이다. 그래서 수출도 잘해 왔고, 시장 개척에도 나름 기여했다는 자긍심이 크다.

 반면 정부와 사회 일각의 게임계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못해 모질기까지 하다. 막 말을 전하면 수출해서 벌어온 달러 필요없으니, 제도권에서 나가 달라는 야속한 말을 서슴치 않는다. 또 게임을 즐긴다는 것인데, 그건 폭력과 사행심만을 야기하는 놀이일 뿐이고,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게임 중독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이나며 게임계가 주장하는  놀이에 대한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양측의 절충이 이뤄지는 접점이 점차 넓어지고 있고, 지식 산업이 성장동력의 축으로 떠오르면서 게임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그 반향이 안타깝게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매우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게임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와 음악과 게임을 완성하고 개발하는 이도 사람이고, 제도와 규범과 규칙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그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게임계에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게임계에는 게임만 있을 뿐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가운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은 게임 업종이 유일하다. 
 
산업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다 익명성에 의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움직인다 손 쳐도 게임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호화찬란한 건물 내에 동선이 느껴지지 않고, 느낌은 있지만 사람의 체온과 사람 내음이 나지 않는다면 그 호화로움은 더 흉흉하게 보일 뿐 아니라 끔찍한 영화를 대하는 것처럼 섬뜩하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거기에다 그 집 집사라는 사람만이 가끔 외출할 뿐이고, 가계의 전부를 오직 집사가 처리하고 대변한다면 이 건 진짜 호러물이 되는 것이다.         

 게임계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초리가 이렇다면 너무 큰 비약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 범주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게임계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있어도 그림자가 없고, 모습은 있는데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와 다르다고 게임계를 경계할 수 밖에 없다. 

 게임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게임계의 1세대가 가고 2세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2.5세대라고 불리는 90년대 학번들이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계에 기류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와 사회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급선무다 할 것이다. 그래야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게임을 내세우기 보다는 사람을 게임 앞에 내 세우고, 사람이 게임을 좆는 게 아니라 게임이 사람을 좆는, 그런 구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는 물론 산업 재조명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비전도 기대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게임만을 좆다가는 재화 외에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도, 얻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게임은 오로지 게임일 뿐이다. 
 
사람의 향내가 나는 게임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몫은 당연히 신세대 게임인들의 것이다. 이젠 더이상 미루지 말고 그 것을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 사람이 먼저다. 

[모인 더게임스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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