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임진년의 해를 돌이켜 보면 경기침체와 함께 정부의 잇단 규제책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한해였다. 기업은 양극단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갈라지고, 매출은 큰 부침을 겪었다. 새로 시장 진입을 타진하는 기업을 찾아 볼 수 없었고, 잘 나간다는 기업 또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폭력성과 중독성 사행성이 논란의 중심에 섰고, 특히 중독성과 폭력성에 대한 사회의 우려는 사상 유례 없는 ‘셧다운제’란 규제책을 안겨다 주었다.

 급기야 학교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 장관이 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게임계 입장에서 놓고 볼 때 참으로 난감하고 민망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계가 몸살을 앓은 또 다른 이유 가운데는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무정견 무신경정책도 한몫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을 빌면 사회 관계부처와 부화뇌동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만큼 문화부는 무기력했다. 

 셧다운제가 부족했는지 여기에다 덧붙여 ‘게임시간 선택제’를 도입해 시행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기도 했다. 게임의 사행성을 뿌리 채 뽑아 버리겠다는 것인데, 초간삼간을 개보수해 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집을 완전히 태워 버리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정부 정책 수임기관인 진흥원의 움직임은 더디다 못해 무책이 상책일 정도로 요지부동, 그 자체였다. 목소리가 큰 방송 쪽에 손을 쓰느라 게임은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업계와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진흥원측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으나 특별한 묘책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고민이다. 즉, 불통문제는 인정하지만 대화를 위한 카운터 파트너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책 회의를 가지려 해도 장수가 아닌 졸개만 보내오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지난해 경기 침체의 원인을 꼽는다면 게임계의 자발적 시장 회생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에 취해서, 아니면 그 쪽의 기에 눌려서 인지는 몰라도, 마치 강 건너 불을 보듯 뒷짐만 쥐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위축된 게임시장은 돈타령만 하는 꼴이 됐다. 

 마케팅만 난무했고, 산업 문화는 뿌리를 드러낸 채  흉물이 돼 갔다. 더욱이 메이저의 산업 문화 책임론은 오도 간데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이 모두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업 풍토를 만들고, 무임승차식으로 산업의 역사를 쓰려하는 몰염치한 이들 때문에 빚어진 현상들이다. 

  경제도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는 산업계였으면 셧 다운제가 시행되지도 않았고, 게임시간 선택제가 추가로 도입되지 않았다. 상식이 통했다면 소통부재의 원인을 제공하지도 않았고 , 이처럼 게임시장과 게임문화가 초토화되고 황폐화되지 않았다.
 탐욕적이고 자신들의 생사 문제만을 놓고 저울질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판을 침으로써 게임계가 위기의 낭떠러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에서 말하는 게임계에 대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다른 것도 아닌, 상식 부재와 그로 인한 소통 부재였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매우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인 일들이 빈번하다는 것인데, 실제로 게임계가 그렇다는 게 경쟁 업종에서 말하는 게임업계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수평적 의사결정을 한다하면서 당사자엔 권한이 없고, 권한을 가진 책임자는 바쁘다는 이유로 회의 참석은 물론 전화조차 받질 않는다. 회의 참석 대상자가 회사 대표인데, 자기 밑에 있는 임원을 내 보내는 가 하면, 한참 격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회의에 참석시킨다. 말 그대로 몰상식이다. 

 이것만 업계에서 잘 합의하면 규제책을 피해 잘 넘어 갈 수 있겠다고 조언하지만 결코 입장차를 조율하는 법이 없다.
 양보해야 한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냐며 따지기 일쑤고, 과학적인 준거를 대라며 우기기 일쑤다. 상황에 따라서는 될 때로 돼라 식으로 투표로 결정하자고 덤비기도 한다.

 외관상 아주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기적이고 상식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런데 자신들은 할 만큼 했다고 믿는다. 결국 경험도 부족하고, 권한도 없는 자들이 회의를 주도하고,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결론이 업계의 입장 또는 업계의 의견이란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 알려진다.

  게임계, 그리고 상당수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이런 식으로 해 왔다. 격식을 파괴한다면서  사회 정서와 어긋나는 일을 반복해 왔고, 수평적 기업 문화를 만든다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는 기업 풍토를 만들어 온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무탈하다는 종전의 등식이 뒤집어진 까닭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임계의 풍토로 인한 것이라면 너무 큰 비약일까. 

 그렇지만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며 정책 입안도, 경기 부양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데 사람이 모일 리 없고, 대화가 안되는 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게임계가 따돌림을 당한 게 결정적이다.
 새해에는 상식이 통하는 게임계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제를 살리고 경기를 지피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 사람들의 상식을 익혀야 하고, 격식이 통하는 산업계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통은 물 흐르듯 뚫리게 돼 있다.   

 계사년, 올 해 만큼은 게임계가 반드시 기지개를 켰으면 한다. 그 첩경은 다름 아닌 상식으로 가는 길이다.

[모인 건국대 겸임교수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