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계는 급격한 시장 변동을 겪었다. 예상치 못했던 시장위축 조짐이 나타났고, 이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이에따라 게임산업이 마침내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엔젤 투자자의 움직임은 꽁꽁 얼어붙은 혹한기의 들녘처럼 싸늘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일련의 시장 흐름은 정부의 규제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게임산업(온라인)이 수명을 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속단키 어렵다.
  하지만 올해 게임 시장이 안겨다 준 교훈은 게임산업계 만으로는 절대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과  게임산업계가 더 이상 게임에만 매달려서는 죽도 밥도 안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게임계는 그동안 너무 게임에만 함몰된 채 한쪽 눈만을 키워 왔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게임 과몰입 현상을 보인 게 청소년 뿐 아니라  다름 아닌 게임계도 그런 조짐을 나타냈던 것이다. 오직 게임뿐이었다. 그 것만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경쟁산업 및 타 산업의 경우 양쪽 눈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워 왔다. 그래서인지 균형 감각도 뛰어나다. 덧붙이면 그들은 정치감각까지 잘 갖춰 왔다. 자신들이 잘해야 하는 것 외에도 지녀야 할 사회적 덕목까지 고루 갖춘 것이다.

 그 때문인지 문제가 발생하면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은 거의 없다. 현안을 더 키우는 게 아니라 축소하고 그 것을 해결하는 수완이 민첩하기 이를 데 없다. 

 피해를 아주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회적 여파를  산업에까지 끌어 들이는 일은 없다시피 하다. 만의 하나, 있다 손 쳐도 정중히 양해를 구하면 받아들일 정도로 사회와의 관계가 성숙돼 있다. 그만큼 사회와 공존의 길을 잘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는 끄떡하면 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란 이유를 가져다 댄다. 하지만, 그 것보다는 게임계의 게임 과몰입 현상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게임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분석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먼저 게임계에서 핵심이 되는 게임 개발자를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몇몇 대작 게임 외는 그 게임의 개발자가 누구인지 가늠해 볼 수 조차 없다. 뭐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뒤에 꼭꼭 숨어 있다.
 그 뿐 아니다. 회사 대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름은 있지만 움직임은 찾아 볼 수 없다. 타 산업과 달리 그들의 동선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이 사회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다. 흥행과 사행의 줄다리기에서 걸리는 게 있는 지 아니면 자신감을 잃은 때문인지 그들의 행실이 그렇다. 

 게임산업 협회장 등 일부 단체장들의 행보도 특별히 다를 바 없다. 그들의 움직임은 거의 비밀 경찰 수준이다. 마당발이 돼 업종의 이익을 대변하고 뛰어다녀도 시원찮을 판에 그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거의 연중행사 수준이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과 동선은 이벤트용이냐는  업계의 비아냥 소리가 많다. 그들의 선한 그늘을 찾아 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같은 모습은 기업 문화는 실종된 채 산업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드러나는 현상들이다. 거룩한 포장을 거둬내 표현하면 비즈니스, 즉 돈만 넘실대고 기업의 순기능과 사람의 향기가 사라진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묻고 싶다. 

 이런 마당, 이런 풍토 속에서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마치 산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데, 사물이 올 곧게 보일 리 만무하고 저 멀리 자리한 큰 산을 쉽게 내다볼 리 없다. 게임만 생각하고 그 세상만 갈망하는 것은 멀쩡한 두 눈과 두 팔을 두고 한쪽 눈만을 쓰는 것이며 또한 한쪽 팔만 쓰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해서 시장이 팽창한 것이라면 그 거품을 거둬 내서라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두 눈을 바로 떠야 한다. 그래야 균형감각을 갖추고 사물을 측정하며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예컨대 한쪽 눈만으로 1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키워 온 게임인들인데, 두 눈을 부릅뜨게 되면 그보다 더 큰 시장으로 키워 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인 것이다.       

  게임문화를 안착시키지 않고서는 돈질만 하는 게임계의 한쪽 눈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 풍토 속에서는 더 이상의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없다. 이미 시장에서의 거품은 진행되고 있다. 마냥 손을 놓고 있다 가는 산업 성장 동력마저 상하게 할 수 있다. 
 게임계가 오로지 돈 노래만 부르는, 게임 과몰입에서 훌훌 털고 빠져 나와야 한다. 게임문화의 꽃을 피우고 기업문화를 알리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게임계가 골방에서 나와 당당히 사회와 손을 잡을 수 있다. 

 지금은 마치 한쪽의 눈과 한쪽의 손으로만 싸우는 장수와 같다. 그 것은 백전백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 불행을 불러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오로지 돈향기에 취해 몸부림치는 개발자와 생각없는 CEO, 그리고 트래픽만을 맹신하는 한심한 마케터들과 앵무새처럼 기계적으로 지저귀는 홍보맨들은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언필칭 게임계는 사회와 같이 가야하며 그 길은 두 눈을 바로 뜨고 균형 감각을 찾는 것이다. 게임산업계의 문화를 키우는 노력이다.

[더게임스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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