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규제의 칼을 꺼내 들려 하고 있다. 이번엔 웹보드게임이다.

문화부가 마련한 시안을 살펴보면 웹보드 게임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안 그대로 시행된다면 주요 퍼블리셔들의 채산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또다시 웹보드게임을 손보겠다고 나서는 진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시기적으로 과연 적절한 타이밍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셧다운제를 비롯한 게임시간선택제 등 각종 규제안을 쏟아냈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말할 것도 없고, 여가부 교과부 등도 여기에 가세했다. 심지어 여가부는 거의 주무부처 수준으로 게임을 쥐락 펴락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도 셧다운제를 시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대의에 기꺼이 뒤로 물러선다 손 치더라도, 이 정도 되면 대한민국이 게임 규제 천국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의 칼로 문화를 차단하거나 제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문화의 국경은 무너져 내린지 오래다. 음악인들이 갈고 닦은 덕에  K-팝이 뜬게 아니라 국경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K-팝이 떴다는 표현이 오히려 맞다할 만큼 이미 지구촌의 시공은 사라져 버렸다. 인위적으로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흔하디흔한 풍선 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막으면 막을수록 더 많은 지류를 형성하고 다른 길을 찾아 흘러 들어가는 게 문화 흐름의 특성이다. 그 것이 고급문화든 저급문화든 관계없다. 결코 차단되거나 묶이지 않는 게 문화다.

 게임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히 매출 부진 뿐 아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팎의 어려움은 이 뿐만 아니다. 수출시장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으며 게임 생태계는 바닥을 드러낼 만큼 말라 있다. 이런 식으로 더 가게 되면 씨가 마를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게임계의 형편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다.

  어린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며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며 나설 때 기꺼이 그 자리에 동참한 게 게임계였다. 적어도 그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쓸어 담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 업체는 아예 정부가 규제안을 내기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청소년들의 출입을 단속해 왔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노력에는 아주 자그마한 희망마저 놓고 몸부림친 건 아니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성인장르 만큼은 열어주고 놓아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어린 청소년에 대해서는 일정부문 선을 긋되, 성인에 대해서는 제약과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인들에 대해 제도를 만들어 규제하는 나라는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게임을 놓고 해라 하지 말라고 하는 곳은 대한민국 뿐이다. 그 것이 사행이라고 할지라도, 즐기는 주체와 대상이 아동이 아니라 성인이라면 판단의 잣대는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오로지 규제 라는 무기 하나 뿐이다. 

 정부가 이번에 또다시 웹보드게임을 손보겠다고 하는데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도박사이트는 엄청나다. 스포츠 토토 같은 형태의 사이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들 사이트는 말 그대로 도박을 위한 것이다. 이들 사이트는 지금도 버젓이 성업 중이다. 

  웹보드게임을 이같은 사이트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고 제단하려 든다면, 그 것은 대단한 착각이자 사안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말 그런 식으로 비약한다면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무엇인가. 본질이 같으니 같은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여기서 굳이 웹보드게임업체들을 거들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왜 여전히 성인용 게임에 대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는 점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맞지 않을 까. 그게 시대적 흐름에 맞는 것이다. 오히려 더 개방의 문을 더 크게 열어야 맞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과거 어둔 시대만 추억하며  그 게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인들의 응당한 권리는 이젠 정부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콩 놔라, 팥 놔라’ 하며 계도하려 하는가.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를 논하기에 앞서 성인용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정부의 방침과 원칙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게임계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게임 규제에 적극 동참했다면 그 보상 차원에서라도 성인용에 대해서는 완화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성인용 웹보드게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감각 없는 정책이 쏟아지니까 경기 침체에도 끄덕하지 않던 게임계가 허덕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감이 오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 모양인가. 게임계가 그렇게 순진해 보이던가.

[모인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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