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게임계를 손 볼 양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시선을 모은다 싶으면 참견하고 훈수를 두더니 이번엔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태세다. 모바일 게임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얘기다. 청소년들에게 게임 중독성과 함께 사행성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웹보드 게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문화부의 태도 또한 심상찮다. 최근 웹보드 게임에 대한 사회 일부 계층의 분위기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인데,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규제의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널뛰는 곳은 다름 아닌 게임계이다. 올 들어 게임계가 크게 위축된 것은 게임의 소비가 감소한 때문이 아니라 게임계에 가해진 정부의 규제책으로 인한 게 더 컸다. 

 더욱이 실효성도 없는 셧다운제의 도입은 게임계에 가해진 정부의 결정타였다. 이로 말미암아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 때 만큼 힘겹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 여기에다 지난 7월에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시행하는 등 이중 삼중으로 게임계를 옭아 맸다.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 개최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도 신명이 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에 대한 규제 정책은 대체로 완만한 W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예컨대 시장에 너무 불이 붙었다 싶으면 숨을 죽이고, 숨이 죽었다 싶으면 심의를 완화해 부양에 도움이 되도록 촉진제를 쓰는 식이다. 고무줄 심의 또는 조삼모사 문화 정책이 아니냐며 정부쪽에 힐난이 쏟아지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정책이 U자형으로 이뤄지면 해당 산업이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자칫 회생하기조차 힘들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그래프로 꼽힌다. 그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규제책이다. 

 아케이드 게임은 비디오 게임과 함께 세계 게임시장에서 수요 비중이 가장 높다.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무려 두 배에 이르고, 라이프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짧아 부가가가치 또한 매우 높다. 그 때문인지 경쟁국인 중국은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한때 승승장구했다. 그런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선 것은 ‘바다이야기 사태’로 빚어진 사행 논란 때문이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쳐다보며 만든 정부의 아케이드 게임 규제책은 이후 완화조짐을 보이는 커녕 끔쩍하지 않았다.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U자형을 그리며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었음은 물론이다.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업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몇몇 업체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 숫자라는 게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모바일 게임업계를 비롯한 게임계가 크게 긴장하고 경계하는 것은 정부의 잇단 게임 정책이 콘텐츠 완급 차원이 아니라 우편향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말미암아 자신들도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의 하나, 사행 논란이 한차례라도 불거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정부측 분위기는 자꾸 그런 쪽으로 유도하고, 그런 방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웹보드 게임 문제는 이미 일단락된 사안이고, 해당업체들 마저도 자율적으로 콘텐츠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행 시비를 제기하고 있지만    더 이상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또 일부 모바일 게임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사행 시비는 터무니없는 지적이라 할 수 있으며 중독성 여부는 좀 더 면밀한 관찰과 주의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진행형인 것을 완결 편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는 사전에 예단을 가지고 서둘러 사태를 매듭을 짓겠다는 것으로 매우 성급한 태도다.

  콘텐츠 시장에서 수요를 일으키기 위한 부양 정책은 마련하기 어려워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규제 정책 수립은 어렵지 않다. 중독이나 사행, 폭력 또는 섹스 쪽으로 몰아붙이면 당하지 않고 배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뒤에서 밀어주며 치켜세워 줘도 되지 않는 게 콘텐츠다. 특히 그 가운데 시장 경제에서 가장 예민하다고 불리는 게 다름 아닌 게임이다.

 그렇다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지켜 볼 수는 없을까. 웹보드 게임 수요와 모바일 게임의 흐름 정도가 정부가 개입해서 정리해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뜻이며 이득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참견이 아니라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더욱이 산업 국경마저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굳이 정부가 칼을 들이대 우편향을 조장하는 건 시대에 동떨어진 아주 어색한 발상이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가. 대단한 사안이 아니라면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이선에 머무른 게 좋다. 그 게 정답이다. 

[모인 편집국장 /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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