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는 삶을 함께 해온 동반자”

게임폐인으로 보는 시선 큰 부담…온라인 게임 역사와 같이해 ‘뿌듯’

 국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가 올해로 론칭 14주년을 맞이했다. 이 작품은 서비스된 지 14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칠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미 오래전에 시장에서 사라졌어야할 정도로 오래 묶은 이 작품을 오늘날까지도 쌩쌩한 젊은이처럼 돌아가게 하고 있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그 요인을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아저씨 유저들에게서 찾는다. 그들에게 ‘리니지’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니지]는 그들에게 바로 삶이고 친구이며 파트너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게임계에서는 그들을 ‘린저씨’라고 부른다. 리니지를 하는 아저씨라는 뜻이다. 오늘날의 ‘리니지’를 있도록 만든 1등 공신 ‘린저씨’를 만나본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97년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리니지’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서비스되면서부터 온라인게임의 교과서로 자리를 잡았다. ‘리니지’가 비록 최근 출시되고 있는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적인 면에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작품성은 아직까지도 따라갈 게임이 없다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리니지’의 혈맹시스템에서 비롯된 커뮤니티는 현재까지도 이어질 정도로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리니지’가 10여년이 넘게 철옹성을 자랑하며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온라인게임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언리얼엔진을 착용한 게임이 등장했고 그래픽에서도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IT세계에서 경쟁상대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력은 곧바로 시장에서 실패를 의미한다. 하지만 ‘리니지’는 꿋꿋이 살아남았고 예나 지금이나 국민게임으로 유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늘은 ‘리니지’의 1세대 유저로 속칭 ‘린저씨’의 대표 주자 한 분을 만났다. 그를 통해 ‘리니지’와 ‘린저씨’의 질긴 인연과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어봤다.

- 많은 독자들이 ‘린저씨’를 궁금해 한다. 본인에 대해 자기소개를 한다면.

“‘린저씨’하면 대부분 컨트롤도 나쁘고 그 나쁜 컨트롤을 보완하려고 게임에 돈이나 잔뜩 들이는 할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성인이 되고 소득이 생기면서 ‘리니지’에 투자하는 금전적인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지 않도록 잘 조절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 20대다. 그래도 리니지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굳이 ‘린저씨’라고 부르겠다면 오해만은 하지 말아 달라. 나는 심지어 ‘리니지만’ 하는 게임유저도 아니다.”

- 처음 ‘리니지’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리고 린저씨에게 ‘리니지’는 어떤 게임인가.

“막 고등학교를 들어갔을 때쯤 PC방은 적은 돈으로 학생들이 놀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PC방에서 탱크 골라서 대포 쏘는 모 게임을 즐기다가 옆 친구가 ‘리니지’ 공성전에 참가하는 것을 구경했다.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라웠다. 수백 개는 될 것 같은 많은 수의 캐릭터들이 빨간 빛(체력회복제), 보라색 빛(용기의 물약)을 반짝거리면서 드러눕고 텔레포트 하고 있었다. ‘리니지’, ‘리니지’ 얘기는 많이 들어 봤어도 한 번 시작하면 계속 하게 된다는 평에 모르는 척 했었는데 바로 옆에서 지켜본 공성전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일단 시작했다. 공성전에 참여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 줄은 몰랐다.

‘리니지’는 어른이 되어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같은 게임이다. 따로 나와서 독립해 살다가도 집에 가면 달라진 것이 없어서 정겨운 것처럼 다른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다가도 아직 거기 잘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다시 해보면 또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 그런 것 같다.”

- ‘리니지’가 올해로 론칭 14주년을 맞이했다. 마니아 유저인 린저씨가 꼽은 ‘리니지’ 최고의 순간과 그 이유를 말해 달라.

“공성전 구경하다가 ‘리니지’에 입문한 만큼 실제로 공성에 참여하는 혈맹에 가입하여 성을 차지했을 때가 가장 기억난다. 상대편 혈맹원들 때문에 필드에서 사냥하는 것도 눈치를 봐 가면서 했는데 그 혈맹원들이 성을 못 먹고 아쉬워서 몇몇은 옆에서 괜한 난리를 피우고 몇몇은 마을로 귀환하는 것이 그렇게 고소할 수 없었다.”

- 린저씨가 생각하는 ‘리니지’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유저로서 개발자들에게 바라는 부분은 없나.

“요즘 가장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쟁’(게임 내 싸움)이 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리니지는 ‘쟁’이 재미있기로 유명했는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세력이 고착화 되면서 일반 혈맹이나 캐주얼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공성전이나 필드 ‘쟁’에 참여하기가 많이 어려워졌다. 이번 ‘격돌의 바람’ 이벤트와 업데이트나 올해 실시한 오래된 유저의 향수를 자극하는 여러 이벤트처럼 과거에 더 활발했던 ‘리니지’의 재미 요소를 모든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 작품을 즐기다보면 ‘게임 폐인’으로 많이 오해 받았을 것 같다. 린저씨를 단순하게 게임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리니지’가 올해 벌써 14주년이라고 한다. ‘게임 폐인’이 게임에 빠져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생각할 때, 14년이나 게임에만 빠져 있는 사람은 자기 생활을 이어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꾸준히, 또는 떠났다 돌아왔다 하면서도 계속 ‘리니지’를 즐겨온 린저씨들은 자기 생활을 잘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게임 폐인은 아니다. 제발 오해하지 말라~! 나에게도 중요한 오프라인 생활들이 있다.”

-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리니지’란 작품에게 한마디 한다면.

“ 너무 오래 함께 해서 이제는 마치 인생의 친구 같은 리니지.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친구처럼 내가 언제 찾아가도 여전한 재미로 반겨줬으면 좋겠다.”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kcr8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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