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게임 중독 및 게임의 역기능에 대한 논문도 많고 기사화도 많이 되는 편이다. 그 이면에는 학생들의 공부에 게임이 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숨겨진 속내가 담겨 있다. 심지어는 게임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수면권 부족이라는 이유로 한국은 세계 최초로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연구에서는 게임 플레이어들이 게임 세계로 들어가면 계속해서 승리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심리가 생겨나고, 결국 이기기 위해 게임에 집착하게 되어 중독에 이른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게임인 ‘테트리스’를 사례로 들어보자.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나 내가 언젠가는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도전한다. 최근에 나온 MMORPG류의 게임은 보통 사람은 세계관과 규칙이 복잡하여 감히 도전할 생각조차 갖지 않는 반면, ‘테트리스’ 게임의 경우, 남녀노소 할 것없이 누구나 쉽게 도전에 응한다. 즉 내가 해 볼만한 도전과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트리스’를 즐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중독되지 않는 것일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언젠가는 질 것이라는 것이 확실한 게임인 ‘테트리스’에 왜 굳이 도전하는 것일까? 또한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왜 거듭해서 실패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실패의 미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열린 2012년 세계 지식 포럼의 특별 강연으로 저명한 게임 이론가인 예스퍼 율이 방문하여 실패의 미학에 대해 강연을 했다. 세계 지식 포럼에 게임 분야가 들어간다는 것은 게임이 지식이 되어가고 있으며,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게임 속에서의 실패는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하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게 하는 기능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실패는 피하면서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게임은 우리에게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맛보게 한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서 수도 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그 실패를 딛고 경험하게 되는 짜릿한 성공을 맛보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젋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도 있다. 그런데 왜 학부모들은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통해서 실패를 해보도록 격려하지 않는 것일까?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의 특성상, 게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맥락에서 충돌 또는 대립을 경험하며, 수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기심도 제공해야 하며, 내가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을만한 작은 도전 과제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제공하게 되어있다.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 있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하며, 그 시행착오를 통해 생각하고 패턴을 인식하며, 갖은 전략과 전술을 이용하여 결국 이기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을 게임이라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결국 게임에서 승리한 자는 실패를 통한 성공에서 큰 자존감을 얻게 되고 이 자존감은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자존감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며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이는 소년기에 있어서 반드시 획득해야만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며 태도이다.

게임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우리로 하여금 실패의 경험을 맛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쉽게 절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어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실패 경험을 통한 승리에서 얻게 되는 자존감은 현실 세계에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게임을 즐기도록 하자. 기꺼이 실패하게 하자.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싹터나오는 자존감을 살려내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게임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게임 속에 숨겨져 있는 실패의 미학을.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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