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대한 대첩 청사진 드러나

자금력ㆍ작품성 뛰어나 시장잠식 우려…그리 등도 가세 ‘포문’

 일본 게임업체들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대적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연매출 2조원 대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업체 디엔에이(DeNA)가 이미 포털 다음과 손잡고 국내에서 적극적인 사업을 시작했으며 2위 업체 그리(GREE) 역시 국내에 진출해 국내 게임개발 업체 및 퍼블리셔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특히 일본 콘솔업체 캡콤은 국내 지사를 통해 LGU , SK플래닛 등과 제휴를 맺고 국내에 진출하고 있으며 세가 역시 디엔에이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해 3800억원 규모로 약 4조원 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모바일 기기 환경이 기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며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높아졌고 스마트폰 SNG(소셜네트워크게임) 유행과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의 흥행 등과 함께 시장 역시 급성장 중에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약 5800억원 가량 규모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미 수십억원 이상 월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스마트폰 네트워크 게임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기존 예측을 훨씬 웃도는 시장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도 국내 시장을 탐내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피처폰 시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작은 시장이었지만 빠른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이제 일본 업체들까지 국내 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

 특히 일본 업체들은 아직 피처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국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빠르게 변모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일본 역시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PC온라인게임의 강국인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술력이 스마트폰 게임에서 먹히기 시작했고 피처폰 소셜게임이 강세를 보였던 자국 시장의 게임을 한국에 서비스할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역시 세계 1위 모바일게임 업체인 디엔에이다. 이 회사는 자국 시장 피처폰 소셜게임(캐릭터를 실시간 조작하는 액션게임과 달리 자신만의 공간에서 게임을 즐기고 그 결과를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을 바탕으로 연매출 2조원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포털 다음과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 소셜게임 플랫폼 ‘다음-모바게’를 국내에 론칭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자사의 몇몇 게임과 국내업체들의 스마트폰 게임을 플랫폼에 선보였지만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새에 일본의 인기 모바일 소셜게임과 국내 유명 게임 등 작품 6개를 론칭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특히 이 회사는 일본 콘솔업체인 스퀘어에닉스와 세가의 인기 모바일 소셜게임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작해 대대적인 론칭식을 가졌으며 국내 유저들 역시 서서히 디엔에이의 게임에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디엔에이의 모바일 소셜게임 ‘바하무트’ ‘판타지카’ 각각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50만, 10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파이널판타지에어본브리게이드’ ‘삼국지컨퀘스트’ 등도 10만 다운로드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바하무트’와 ‘판타지카’의 경우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게임앱 10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작품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입소문을 타고 지속적으로 유저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 직·간접 진출 활발

 그리는 아직 국내에 전용 스마트폰 게임 소셜플랫폼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미 글로벌 버전 ‘그리 플랫폼’을 서비스 중에 있으며 한글버전 서비스를 예고한바 있다. 디엔에이가 국내에 소셜플랫폼을 론칭하고 있는 만큼 그리 역시 올해 안에 그리 플랫폼의 한글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외에도 그리는 엔씨소프트, 모비클, 인크로스 등 국내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국내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등 국내 개발력 활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제작 중에 있다.

 이외에도 일본 콘솔업체들은 모바일게임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으며 디엔에이와 그리, 국가 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 앱마켓을 통해 언제든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일본 콘솔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SNG, TCG(카드배틀게임), 전략시뮬레이션 등 다종의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해온 경험을 토대로 스마트폰 게임에서도 발빠르게 신작을 출시하고 있으며 최대 강점인 휴대용 비디오게임을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식하고 있다.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일본 콘솔업체들은 모바일게임을 다수 선보이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본에서는 모바일게임이 콘솔게임 시장을 추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모바일게임에 대한 편중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번 도쿄게임쇼에서 오히려 모바일게임이 부스를 더욱 차지하는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 디멘션즈’ ‘멘사 아카데미’ ‘쿠삭’ 등, 코나미는 ‘메탈기어’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메탈기어 소셜옵스’, 캡콤은 ‘록맨’ ‘몬스터 헌터’ ‘바이오 하자드’ 등, 세가는 ‘판타지 스타온라인2es’, 반다이남코는 ‘슈퍼로봇대전’ ‘건담’ 등 유명 콘솔게임을 활용한 소셜게임 외 다양한 스마트폰 게임을 선보였다.

 이들 일본 콘솔업체는 이미 글로벌 앱마켓을 통해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국내 애플 앱스토어 게임 순위에서 캡콤의 ‘파이널파이트’와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데빌메이크라이4’, SNK의 ‘킹오브파이터즈’ ‘메탈슬러그’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으며 캡콤의 소셜게임 ‘스머프빌리지’는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 갈수록 공세 강화 움직임

 이처럼 국내 유저들이 일본게임에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에게도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일본의 피처폰 게임시장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NG 위주의 매출 신장,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TCG의 대두 등 간편한 조작에 비해 높은 쾌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이미 피처폰을 통해 SNG‧전략시뮬레이션‧TCG 시장을 형성하고 경험해봤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외에도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네트워크 게임 서비스업체들이 구축해놓은 허브플랫폼(스마트폰에서 유저들 간 게임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간)을 통해 퍼즐‧RPG 등 대부분의 게임 장르를 네트워크 환경에서 즐기며 게임 이용시간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주력 장르인 SNG‧TCG‧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장르는 친구들과 단체 사냥‧영토 차지 등 경쟁, 협동 콘텐츠를 통해 강한 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유저들의 게임이용단가와 이용시간이 높다. 스마트폰 게임에 이용시간을 크게 늘리고 있는 국내 유저들에게 일본 모바일게임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회장 김정주)이 최근 일본 모바일업계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글룹스를 전격 인수함에 따라 일본 모바일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게임스 고수홍 기자 zakash@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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